카카오 노조, '자사주 먹튀 논란' 대표 내정자에 "퇴진 외엔 타협안 없어"

김우현 2022. 1. 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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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사진)는 작년 11월 차기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발생한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을 두고 노조가 "쟁의도 불사하겠다", "류 대표 사퇴 외에는 타협안이 없다"는 등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0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측은 전 날까지 노조에 답변하지 않고 있어 카카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쟁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류 대표, 내정 한 달 후 스톡옵션 매도로 469억 원 차익 얻어

카카오 이사회는 작년 11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새 카카오 대표로 내정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류 대표는 올해 3월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대표로 선임된다.

지난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한 류 대표는 카카오 기업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2017년 1월부터 카카오페이 대표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향후 카카오의 도약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카카오 대표로 내정되고 한 달 후인 12월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주요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주식 전량을 코스피200 편입 직전,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한 양은 총 44만993주로 차익 규모는 900억 원에 달한다. 류 대표는 23만 주를 주당 20만4017원에 매도해 469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보통 경영진은 자사주를 보유했어도 투자자와 주주와의 관계를 고려해 현직에 있을 때 주식을 팔지 않는다.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이 공시를 각오하고 주식을 매각하면 투자자들이 자칫 회사 가치가 더 오를 여지가 없다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들이 주식을 대량 매각하기 전날인 지난달 9일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20만 8500원이었는데, 이달 7일 주가는 종가 기준 15만3500원으로 한 달 만에 약 26% 하락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13일 주식 시장에 상장됐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시 국내 공모주 가운데 처음으로 일반청약 물량을 100% 균등 배정해 많은 개인투자자를 모았다. 하지만 먹튀 논란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주주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뒤통수 맞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국거래소는 논란이 거세지자 상장을 앞둔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진의 스톡옵션 보유 현황 조사에 들어갔고, 신규 상장 기업의 경영진이 일정 기간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카카오 노조, 경영진 사과 직후 입장문 발표

류 대표는 4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스톡옵션 먹튀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류 대표는 간담회에서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매도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송구하다"며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가져야 할 무게와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카카오 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하루 후인 5일 입장문을 통해 "간담회가 경영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류영준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조는 경영진의 사과에 대해 크루(직원)들이 직접 나서 수많은 댓글과 질문을 올린 후에야 간담회 자리가 만들어졌고, 그마저도 경영진의 책임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노조는 이에 덧붙여 카카오 지분의 7.42%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 주주총회에서 류영준 카카오 대표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측은 이달 9일까지 노조의 발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류 대표 사퇴 외에는 타협안이 없다"며 "회사 창립 이래 쟁의 단계까지 들어간 적이 없었지만 쟁의 단계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 저하와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계속 작용한 탓인지 카카오와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맥을 못추고 있다.

카카오는 10일 10시 기준 10만 원선이 뚫려 전일대비 4.6% 하락한 9만5400원 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전일 대비 6.18% 하락해 5만1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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