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의 재구성..4월 러 병력 결집 후 사태 악화일로

김정률 기자 2022. 1. 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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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회담에서도 이견차만 확인..10일 제네바 회담 분기점 주목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미국과 러시아를 다시 냉전 시대와 같은 교착 상태에 빠뜨린 우크라이나 사태가 10일(현지시간) 분기점을 맞는다. 미·러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하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3국 관계를 풀겠다는 다짐이지만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우크라이나 분쟁은 지난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반러·친유럽연합(EU) 성향을 보이자 러시아가 이를 견제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동진(東進) 정책에 가뜩이나 민감한 러시아로서는 완충지대 격으로 봤던 우크라이나 마저 EU나 나토에 가입하면 국경 전체를 서방국과 맞댄다는 위기감에 고조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4월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쪽 국경과 크림반도에 수만 명의 군대를 결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휴전 이후 6년 가까이 소강상태를 유지했던 우크라아니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폭력사태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며 "재량에 따라" 자국 영토 내에서 군대를 움직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에 반발하는 시민 저항이 일어나면서 친러 세력과 친서방 세력의 싸움터가 된 크림반도는 양국 관계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에 위치한 크림반도는 자치 공화국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애초 러시아의 영토였지만 1954년 우크라이나로 편입됐다. 하지만 러시아계가 58%에 달하는 등 친러 성향이 뚜렷하다.

크림반도에 있는 러시아 공화국인 '크림 공화국은 2014년 3월16일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 압도적 비율로 러시아와 합병에 찬성했다. 이후 2015년 1월1일 합병절차가 완료됐지만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절대다수 국가는 이는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 News1 DB

러시아와 우크라아니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위협하지 않는다면서도 서방국가를 향해 군대 파견을 경고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도발'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주요 7개국(G7)의 외무장관은 4월12일 러시아에 10만명의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군사력을 대규모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사전 통보 없이 병력을 대규모로 이동시키는 것은 위협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달 23일 러시아는 국가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며 군대를 철수시켰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크림반도에서 군사 훈련을 참관하고 성명을 발표하며 "나는 신속 점검의 목표가 달성됐다고 믿는다"면서 "군이 우리 나라를 보호할 수 있다는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부와 서부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점검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참가부대가 23일 기지로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달 후인 6월 나토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와 훈련을 하면서 굳건한 방위 동맹을 과시했다.'바다의 미풍 2021'이라는 이름의 진행된 이 훈련에는 우크라이나 소속 30척 전함과 40대의 항공기 등이 참여했다.

러시아는 이 작전을 면밀히 감시했다며 러시아군도 러시아 남서쪽 흑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맞대응했다.

9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한 가스관을 통해 헝가리와 천연가스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이 아닌 흑해를 경유하는 '터키 스트림'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주려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터키스트림 해저 구간 완공식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참석하고 있다. 터키스트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와 남동유럽에 공급하기 위한 총연장 1369㎞의 2개 노선 가스관이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난해 11월10일 나토는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이르면 1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발표 후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경고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서방국가가 우크라이나에 현대식 무기를 공급하고 도발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맞대응했다.

우크라이나는 11월28일 러시아가 1월 말이나 2월 초 공격을 위해 9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국경에 집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가 9만2000명이 넘는 병력을 우크라 국경 주변에 배치했으며, 1월 말이나 2월초에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다노프 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2014년 크림반도 유혈 사태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체 병력 증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법적보장을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랜지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2월7일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상호 입장만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약 2시간 가량 이어진 회담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시 미국과 동맹국은 강력한 경제조치나 다른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군 배치 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격화에 대해 러시아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과 러시아 접경 지역 국가들이 무기 배치를 하지 못하도록 법적 보장을 얻고 싶어 하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나토와 미국에 일방적으로 '안보 보장' 조건 초안을 제시했다. 러시아가 미국에 제안한 초안은 8개 항목으로 나토의 동진 반대 및 구 소련 국가들의 신규 가입 중지, 나토 국가가 아닌 구 소련 국가들에 군사기지 설치 중단 등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30일 (현지시간)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좁혀지지 않는 입장 속 미국과 러시아는 12월28일 1월초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한 회담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발표 3일 후 교착 상태에 빠진 러·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계적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침공 움직임을 보인다면 미국과 동맹국이 '결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하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 약속을 재확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7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접경 지역의 군사력 증강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및 나토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데 대해 "가스라이팅(gaslighting)", "거짓된 얘기"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러시아는 나토가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거짓된 얘기도 하고 있다"면서 "나토는 공격하기 위한 게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방어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대표도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사무총장은 지난 7일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 특별 화상 회의 후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조건부 나토 가입 제안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민주정치가 러시아에 진정한 위협이라고 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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