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사찰] "참된 나 찾는 연주암..2030세대 '길' 찾아 주고 싶어"

글 이재진 편집장 사진 이신영 기자 2022. 1. 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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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문 주지스님을 만나기 위해 연주암 가는 가장 빠른 길인 과천향교 코스로 올랐다.

스님은 1000일 기도 중이었다.

탄문 스님은 수행자 이전에 유서 깊은 사찰의 책임자로서 연주암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해법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지만 연주암은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점심 공양을 제공하는 사찰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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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문스님 인터뷰
“이 땅의 2030세대들에게 희망을 주는 절집을 만들고 싶다” 는 탄문 스님.
탄문 주지스님을 만나기 위해 연주암 가는 가장 빠른 길인 과천향교 코스로 올랐다. 스님은 1000일 기도 중이었다. 새벽에 관음전, 오전엔 대웅전, 저녁에 연주대 등 경내 전각들을 차례로 돌며 하루 종일 정진이다. 1000일 기도가 끝나기 전에는 산문 밖을 나서지 않겠다는 결의. 점심 공양이 지난 시간에 잠시 짬을 얻어 이야기를 나눴다.
“연주암 한자는 戀主, 주군에 대한 사랑을 뜻하지요. 고려 충신遺臣들이 이곳에서 개성 쪽을 바라보며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와, 임금이 되지 못한 태종의 두 아들 양녕과 효령대군을 기려 후세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 전합니다. 다분히 유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이름이지요.”
연주암의 主는 ‘ 참 나’
스님은 불제자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했다.
“저는 주인 주主를 임금이 아닌 ‘나’로 봅니다. 자신의 인생에 주인 되는 사람, 참된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비춰 주는 도량인 ‘연주암’으로 봅니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보다 관악산을 찾는 2030세대들이 늘었다. 필자가 연주대를 찾은 월요일 오전 10시. 평일 이른 시간인데도 스무 살 언저리로 보이는 등산객이 적지 않았다. 화제가 2030세대 등산 이야기로 옮겨가자 스님 얼굴이 그리 밝지 않다.
“한 설문조사에서 20대에게 제일 필요한 게 뭐냐고 물었더니 가장 많은 답이 심신안정이었답니다. 두 번째가 직장 안정, 세 번째가 취업…. 젊은이들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겁니다. 요즘 1인가구가 많다 보니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우리 젊은이들이 너무 안 됐어요.”
찻잔을 옮기는 스님 눈가에 물기가 번진다.
“어려서부터 학원에 내몰리며 자기만의 시간 없이 경쟁에 내몰리다가 사회에 나와 보니 망망대해에 조각배 탄 느낌 아니겠습니까. 기성세대는 뭐든 열심히 하면 결실을 얻는 시대를 살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시대잖아요.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기도 전에 사그라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연주암 템플스테이에 머물고 싶어 하는 2030세대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이들을 품는 절집 만들겠다
스님은 연주암을 더욱 따뜻한 절집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신도만이 아니라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절집을 만들려고 합니다. 모든 사람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 그것이 부처 마음이니까요.”
탄문 스님은 수행자 이전에 유서 깊은 사찰의 책임자로서 연주암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해법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스님이 1000일 기도를 시작한 이유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지만 연주암은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점심 공양을 제공하는 사찰로 유명했다. 산객들은 연주암에서 조촐한 밥과 국을 들며 등산에 지친 심신을 쉬었다 가곤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절 마당으로 나오자 비닐로 만든 천막이 보였다. 안에 난로와 간이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발걸음이 난로가 있는 천막으로 향한다. 천막 입구에 스님이 썼다는 ‘천수안’이라는 손글씨가 보인다.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진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처럼 모든 중생을 자비롭게 품는 곳이라는 뜻이겠다. 영하의 추위에 떨고 있던 필자에겐 비닐 천막 ‘천수안’이 극락이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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