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50대 여성, 법적 다툼 끝에 '안락사' 허용

박병수 2022. 1. 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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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루게릭병을 앓아온 50대 콜롬비아 여성이 법적 다툼 끝에 안락사를 허가받고 숨을 거뒀다.

콜롬비아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97년 안락사가 허용된 나라지만, 오랜 기간 6개월 이하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만 안락사가 인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콜롬비아 헌법재판소가 안락사 권한이 시한부 환자뿐 아니라 "심각한 불치의 질병으로부터 심각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받는 환자에게도 적용된다고 결정하면서 장애물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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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아온 빅토르 에스코바르(60)가 안락사 전인 2021년 10월 19일 집에서 부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루게릭병을 앓아온 50대 콜롬비아 여성이 법적 다툼 끝에 안락사를 허가받고 숨을 거뒀다. 시한부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안락사가 허용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마르타 세풀베다(51)가 7일(현지시각) “자율과 존엄이라는 본인의 생각에 따라” 숨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그의 변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변호사는 성명에서 “마르타 세풀베다가 어려웠던 몇 달간 공감과 애정의 말을 건네고 기도하며 지원해주고 동행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콜롬비아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97년 안락사가 허용된 나라지만, 오랜 기간 6개월 이하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만 안락사가 인정됐다.

세풀베다는 2018년 11월 근위축성측사경화증을 진단받았다. 근위축성측사경화증은 근육세포가 파괴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질환으로, 1920~30년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헨리 루이스 루 게릭이 이 질환으로 사망한 뒤 루게릭병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이 질환으로 고통을 받다 숨졌다.

세풀베다는 병세가 심해지면서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등 고통이 커지자 안락사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만 6개월 이하의 시한부 판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게 걸림돌이었다. 근위축성측사경하증은 병세의 진행 속도에 따라 2년에서 10년, 또는 그 이상 살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콜롬비아 헌법재판소가 안락사 권한이 시한부 환자뿐 아니라 “심각한 불치의 질병으로부터 심각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받는 환자에게도 적용된다고 결정하면서 장애물이 사라졌다.

세풀베다는 그해 10월 10일 안락사하기로 계획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교회 지도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가톨릭 주교회의에서는 세풀베다에게 안락사 결정을 “조용히 반성”하라고 촉구하고 신에게 그의 용서을 비는 기도회를 열었다. 이런 와중에 세풀베다의 안락사를 집행하기로 했던 ‘콜롬비아 통증 연구소’(인코돌)는 세풀베다의 증상이 그사이에 나아졌다며 안락사를 돌연 취소했다.

세풀베다는 즉각 법원에 안락사 취소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세풀베다의 안락사 권한을 재확인하며 콜롬비아 통증 연구소에 안락사 집행을 명령했다.

세풀베다는 죽기 전 콜롬비아 방송에 나와 가톨릭 신앙에 대해 “신이 우리 삶의 주인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신도 내가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풀베다의 아들 페데리코 레돈도는 엄마가 죽기 이틀 전 트위터에 엄마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세풀베다의 안락사 하루 전, 말기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은 빅토르 에스코바르(60)가 콜롬비아에서 처음으로 시한부 질병 이외의 질환으로 안락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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