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13년 만에.. 한국, 미국산 쇠고기 최대 수입국 됐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2. 1. 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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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미국산 쇠고기 세계 수출량의 24% 이상이 한국에 팔려
2008년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조선일보 DB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 집계 결과 지난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과 대규모 촛불집회를 겪은 뒤 13년 만의 일이다.

9일(현지 시각) USMEF가 공개한 통계를 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부산물 제외)는 25만3175톤으로 2020년 1~11월의 21만8135톤보다 16% 증가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작년 1~11월 21억3573만7000달러(약 2조5622억원) 어치의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팔린 것으로 2020년의 15억3427만7000달러보다 39% 증가했다.

미국이 작년 1~11월 전 세계에 수출한 쇠고기는 104만3960톤으로, 한국에 수출한 것이 전체의 24.25%를 기록했다. 미국의 전세계 쇠고기 수출액 86억932만7000달러 중 24%가 한국에 수출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관세는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중으로 오는 2026년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무관세 수입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08년 4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우려가 있는 부위로 정한 특정위험물질을 제외한 모든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이후 MBC PD수첩이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통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도축해 한국에 수출한다’는 인식을 퍼트렸다. 각종 광우병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2008년 5월 대규모 시위대가 ‘뇌 송송 구멍 탁’ ‘미친 소 너나 먹어’ 같은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한·미 정부의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등이 조직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한 시위대는 서울 도심을 점거하고 ‘MB 퇴진'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했다. 결국 2008년 6월 한·미 정부는 추가 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30개월 미만 쇠고기에서도 머리뼈·뇌·눈·등뼈 속 신경 등 4개 부위도 수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경기 광주시 한 냉동창고에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검역관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검역하는 모습./조선일보 DB

광우병 논란이 있었던 미국산 쇠고기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서서히 한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프로덕트 프라이스’ 닷컴의 비교에 따르면 작년 3월 기준 한국의 소고기 1kg 가격은 57.96달러로 미국의 24.18달러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한우와 미국산의 원가가 직접 비교돼 있지는 않지만, 통상 2~4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했던 일본은 작년 1~11월 한국보다 약 1만4000톤 적은 23만8811톤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다. 2020년 1~11월의 23만8539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금액으로 보면 17억1366만2000달러로 한국보다 4억2000만 달러 정도 적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중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1~11월 중국은 16만3400톤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2020년의 3만954톤보다 428% 증가했다. 액수로 따지면 13억9751만8000달러 어치로 2020년의 2억3006만5000달러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홍콩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3만9526톤으로 2020년의 6만7443톤보다 41%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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