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위주에서 선진·인민적으로"..북 새해 방역기조 '변화'

과학적 토대·선진기술 수용 등 강조.."인민 불편 따져보고 대책 세워야"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북한이 새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기조에 대해 기존의 통제 위주 방식에서 '선진·인민적 방역'으로 변해야 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비상방역전에서 완벽성을 철저히 보장하자면 비상방역사업을 부단히 혁신해나가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비상방역 장벽을 든든히 쌓은 데 토대해 통제 위주의 방역으로부터 발전된 선진적인 방역,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신들의 기존 방역 방식을 '통제 위주'라고 평가하며 여기서 탈피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처음이다.

신문은 '선진·인민적 방역' 기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방향성을 언급했다.

선진적 방역과 관련해서는 "나라의 방역기반을 과학적 토대 위에 확고히 올려세우고 방역 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갖추는 것"을 비롯해 필요한 수단과 역량을 보강·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 지역 간부들에게 위생방역 관련 조직을 철저히 꾸리고, 방역에 필요한 시약과 설비를 제대로 갖출 것을 주문했다.

또 신문은 지난 2년간 비상방역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방역체계와 질서를 완비하면서 "선진적인 방역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우리 식의 방역수단과 방법을 탐구 도입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선진기술 도입을 명분 삼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북한이 선진적인 방역 기술을 받아들이겠다는 표현 자체는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매체를 통해 나왔던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또 신문은 "비상방역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인민들의 생명 안전을 지키자는 데 있다"며 "방역기관들은 인민들의 편의보장을 무시하는 현상을 철저히 극복하면서 방역진 지를 튼튼히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군(간부)들은 비상방역과 관련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이로 인해 인민들이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 없는가를 늘 따져보고 필요한 대책을 적극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며 주민들의 불만과 피로도가 누적된 만큼 '인민적 방역'을 통해 어느 정도는 숨통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언급한 선진·인민적 방역을 일종의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최근 북한은 우방인 중국의 대형 축제인 내달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해서도 코로나19를 주된 이유로 내세우며 불참을 공식화할 만큼 여전히 방역 문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임기가 끝난 지재룡 전 주중국 북한대사의 입국 시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두루 접촉할 수밖에 없는 지 전 대사의 귀국을 허용할 경우 북한 내부의 방역 긴장도가 어느 정도 완화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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