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나지않는 어둠의 심연

2022. 1. 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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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팝 음악’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로 케이팝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책브리핑은 케이팝의 발전과 음악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① 둠 메탈(Doom Metal)

둠 메탈은 헤비메탈의 서브 장르 중 하나지만 빠른 템포와 과격한 사운드가 스테레오타입화 된 헤비메탈과는 달리 느린 템포에 무거운 저음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는 마치 포스트 펑크가 기존 펑크에 반기를 들기 위해 태어난 것과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는데, 헤비메탈 같은 고음역대의 기타와 보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충격적인 소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둠’이라는 명칭에서 유추 가능하듯 이는 종말과 파멸, 오컬트의 세계관을 불길하고 느리게 전달하는 데에 주력했고, 동시에 환각적인 요소가 강한 헤비 블루스처럼 들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곡이 느리니 대체로 러닝 타임은 긴 편이었다.

둠 메탈 또한 모든 헤비메탈의 원류인 블랙 사바스로부터 비롯됐고 후에 스웨덴 밴드 ‘캔들매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둠’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르의 음악으로서 귀결됐다.

이후 둠 메탈은 데스 메탈과 접목된 데스 둠, 그리고 더욱 암울한 ‘퓨너럴 둠’ 등의 장르로 뻗어 나갔고, 개러지 록과 싸이키델릭, 혹은 블루스에 더 닿아 있는 스토너 둠과 슬러지 둠 등으로 연결됐다.

2010년대로 접어들어서는 아예 ‘슈게이즈’와 둠의 조합인 ‘둠게이즈’라는 장르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무거우면서도 서정적인 소리들을 장렬하게 뿜어내면서 더욱 다양한 청취자들을 흡수해내는 역할을 했다.

아마도 현재 둠을 대표하는 이들이라 하면 2009년도에 재 결성한 밴드 ‘슬립’이라던가 ‘썬O)))’ 정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중세 수도사같은 옷을 입은 채 두껍고 무거운 리프를 최소한의 음수로 끝없이 뿜어내는 썬O)))의 음악은 드론 둠이라 칭해졌는데, 이는 메탈의 테두리를 넘어 자신들의 음악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써 받아드려 지게끔 유도했다.

자극적인 헤비메탈 사이 가장 어둡고 음울한 테마를 다루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노래들을 듣노라면 무의식 중에 니체의 유명한 인용구처럼 ‘당신이 심연을 깊이 들여다볼 때, 심연 또한 당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 같은 순간이 도래하곤 한다.

영화 <데스가즘>의 등장 인물 중 하나는 외롭고 공허할 때 메탈을 들으면 다른 누군가도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분노를 알아주는 것 같다 말하기도 했다. 당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심연은 어쩌면 당신의 고통과 분노를 알아주는 어둠의 사자일지도 모를 일이다.

② 드론 뮤직(Drone Music)

드론 하면 소형 무인 항공기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에서의 드론은 미니멀한 톤을 음의 고저변화없이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형식을 뜻한다.

드론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는데 비잔틴 성가라던가 유럽 중세의 악보에서 끝없이 소리를 늘이는 표기 같은 것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백파이프가 사용된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 디저리두를 사용해 만든 호주 원주민 전통 음악, 혹은 탄푸라가 사용된 남인도 지역 고전 음악이나 불교 음악 또한 일종의 드론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드론 뮤직은 1960년대 들어와 구체화됐다. 뉴욕의 라 몬트 영을 중심으로 단조롭게 고정된 소리를 몇시간이고 끝없이 연주하는 방식은 음악과 소리의 구별을 지우는 역할을 했다.

드론의 중심에 위치했던 라 몬트 영, 약에 취한 듯한 소리를 만들어온 테리 라일리, 이후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결성하는 존 케일 등이 드론을 기반으로 한 미니멀리즘 작품집들을 발표하면서 당시 뉴욕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후대에도 이어졌다. 존 케일의 경우 직접 벨벳 언더그라운드에서 록 음악을 통해 이 작업을 확장하고 대중화시켰다.

앞서 둠 메탈을 이야기할 때 언급하기도 했던 썬O)))는 드론 메탈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저음으로 으르렁대는 알루미늄 넥 기타 소리를 두고 일부에서는 인도의 라가를 듣는 것과 같다 말하기도 했다.

한음을 극단적인 볼륨으로 지속하는, 가히 저주파의 포효라 말할 수 있는 썬O)))의 음악은 오히려 청중을 명상 상태, 혹은 트랜스 상태로 이끌어냈다. 그러니까 이 지속되는 저음은 듣는 것뿐이 아니라 그야말로 온몸으로 느끼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드론은 일종의 소리를 향한 탐구행위에 가까웠다. 이 끝없이 이어지는 음향으로 인해 현기증을 느끼거나 머리가 흐려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떤 깨달음의 상태를 개척할 수도 있었다.

이 무한 반복되는 소리들은 고대 불교 음악처럼 일종의 명상을 위한 수행, 혹은 영원성에 다가가려는 시도에 가까웠다. 음과 음 사이 구조가 허물어지면서 음의 본질만이 남겨지는 와중 듣는 이들은 억겁의 공간에 표류한다.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on pulse="" the="">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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