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두번째 졸업식..엄마·아빠 목도리 뜨는 학생들

이윤희 기자 2022. 1. 1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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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로 오프라인 행사 못해..올해도 학부모 없는 졸업식
'장기자랑' 영상 모아 온라인 공유..태권도·댄스·공기놀이까지 '다채'
경기 수원시 망포중 졸업생들이 부모님께 졸업기념으로 선물할 목도리를 뜨고 있다. 학교는 뜨개실과 뜨개바늘을 구입해 3학년 전교생 319명에게 나눠주고, 하루에 한 시간씩 뜨개질 시간을 마련했다.(망포중 제공)/© 뉴스1

(수원=뉴스1) 이윤희 기자 =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 3년째 접어들면서 올해도 비대면 졸업식을 해야 하는 학교들이 졸업생들과 함께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집합금지로 사상 처음 온라인 졸업식을 치른 교사와 학생들은 올해 졸업시즌을 맞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10일 경기 수원시 망포중에 따르면 오는 12일 제 17회 졸업식을 앞두고 2주 전부터 졸업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부모님 목도리 뜨기, 롤링페이퍼 쓰기, 학급 UCC 제작, 학급 협동화 그리기, 학급 추억 사진 콘테스트, 온라인 장기자랑 등 모든 졸업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을 마련했다.

학생들이 직접 목도리를 떠 부모님께 졸업선물로 드리는 프로그램은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학교는 뜨개실과 뜨개바늘을 구입해 3학년 전교생 319명에게 나눠주고, 하루에 한 시간씩 뜨개질 시간을 마련했다.

실과 뜨개질바늘을 처음 받아든 대부분 학생들은 따분해 하거나 방법을 몰라 허둥댔다. 그러나 한 땀 한 땀 목도리가 모양을 갖춰 나가자 집중하기 시작하더니 재미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늘어갔다.

이 학교 3학년 김정은(16) 학생은 “목도리를 떠 본 건 처음인데 엄마께 선물해 드렸더니 아빠가 서운해 하실까 봐 실을 하나 더 사서 목도리를 만들어 드렸다”며 “조금 서툴게 뜬 거라서 마음에 드실까 걱정했는데 부모님께서 주변에 자랑도 하셨다는데 부끄럽기도 했지만 기뻤다”고 말했다.

뜨개질 활동을 기획한 3학년 부장 이승희 선생님은 “중학교 3년의 생활을 마무리하며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며 “그 목도리를 받은 학부모님께서 감동받으셨다는 전화를 주셨을 때 제일 기뻤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망포중 졸업생들은 각 학급별로 단체 사진을 직접 커다란 종이에 스케치 한 후 30여 명의 학급 학생들이 모두 참여해 색칠을 완성했다.(망포중 제공)/© 뉴스1

코로나19가 3년째 접어든 올해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모이는 대규모 졸업식 행사가 금지됐다. 학교는 지난해 첫 ‘코로나 졸업식’에서 영상 속 얼굴만 보고 헤어졌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음을 나눌 특별한 공간도 마련했다.

2층 복도 중앙(홈베이스)에 졸업기념 전시공간을 마련해 각 반 졸업생들이 모여 함께 그린 ‘협동화’를 전시했다. 협동화는 학급 단체 사진을 보고 학생들이 직접 커다란 종이에 스케치 한 후 30여 명의 학급 학생들이 모두 참여해 색칠을 완성하는 그림이다.

1년 동안 찍은 사진들로 꾸민 ‘추억 사진 콘테스트’도 인기 코너다. 학급 친구들의 사진을 프린트해서 학급별로 테마를 정해 우드락에 붙여 꾸미고 전시하는 추억 사진 콘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한다.

학교는 오는 12일 졸업식을 앞두고 온라인 장기자랑을 열기로 했다. 코로나 이전 같으면 강당에 모여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다같이 즐겼겠지만 비대면 졸업식에선 불가능하다.

지난해에 처음 시도했던 ‘온택트’ 공연은 올해는 더욱 참여자가 늘고 내용이 다양해졌다. 태권도 품새 부분 전국대회 우승자인 이주영 학생의 대회 장면과 개인 연습 과정을 담은 영상은 큰 화제가 됐다. 공중을 높이 날아 날카로운 돌려차기를 성공시키는 장면과 높은 점수로 전국 1위에 랭크되는 시합 현장의 영상도 전교생이 지켜봤다.

학급별 공기놀이 대표 선수들을 뽑아 각자 공기하는 장면을 개별적으로 사전 녹화한 뒤 우승 학급을 가리는 ‘온라인 공기대회’는 전교생의 관심을 끌었다. 코로나 시대에 시도하는 비대면 학급대항 경기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운동 장면이나 악기 연주, 노래 영상이나 같은 학급 친구들과 함께 하는 댄스 영상으로 장기자랑에 참여했다.

유운선 망포중 교장은 “정들었던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시기 위해 자처해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교장으로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쏟는 마음이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 잘 전달되기를 바라고,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따뜻하고 즐거웠던 망포중을 추억으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망포중 홈베이스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 학생들이 학급 협동화, 추억사진 콘테스트를 감상하고 있다. 협동화 속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맞혀 보기도 하고, 어떤 반이 우승을 할지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망포중 제공)/© 뉴스1

kh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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