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中 민권변호사 "열흘 밤낮 시진핑 찬양 다큐 틀며 잠 안 재웠다"

뉴욕타임스 "흔했던 모임도 시진핑 강경 통치 하에서 점점 더 위험해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7월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지도자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하에서 중국 당국이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친목을 겸한 모임을 가졌다가 국가전복죄로 기소되는 일도 생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체포된 인권 운동가들은 ‘잠 안 재우기’ 같은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9년 중국의 대표적 휴양지인 샤먼(廈門)에서 모임을 한 뒤 국가전복 모의 혐의를 받게 된 한 민권 변호사 딩자시(丁家喜·54)는 “수사관들이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음량으로 열흘 밤낮 동안 시 주석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틀어놓고 잠을 못 자도록 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딩씨는 2019년 2월 또 다른 저명 민권변호사 쉬즈용(許志永·48) 등과 함께 샤먼 해변의 한 별장을 빌려 모임을 가졌다. 외부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나눠먹고 노래방 기기로 노래도 함께 하면서 중국의 인권 운동에 대해 토론했다. 이튿날 점심 무렵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또 다른 인권운동가 리우스팡(劉四傍)은 “(공안당국이) 사찰하고 있더라도, 평소 우리를 감시하던 공안에 잠시 구류돼서 심문을 받는 정도로 끝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임 18일 뒤부터 중국 당국은 참석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그중 딩씨와 쉬씨는 샤먼 모임을 통해 국가전복을 모의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현재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같은 모임에 참석했던 리우씨는 동료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그의 아내는 중국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한때는 중국 인권 운동가들 사이에서 흔했던 이런 모임도 시진핑의 강경 통치 하에서는 점점 더 위험한 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샤먼의 별장에서 모임을 가졌다가 체포된 뒤 국가전복죄로 기소된 딩자시(오른쪽), 쉬즈용 민권변호사. /출처=chinachange.org

베이징대 법대 출신인 쉬씨는 지난 2003년 시골에서 상경한 농민공들을 임의 구금하는 대도시의 구류시설들을 폐지하자는 운동을 벌여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이후 10년 정도 그는 토지를 몰수 당한 농민들이나 고문으로 거짓 혐의를 뒤집어 쓴 수인들을 위한 민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쉬씨는 “아름다운 중국”이란 글에서 “우리는 반드시 시스템 밖에 존재하는 정치적 세력을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엔지니어이자 성공한 변호사였던 딩씨도 쉬씨와 의기투합해 2012년 ‘신공민(新公民) 운동'을 시작했다. 중국인들의 의식을 일깨워 중국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보장 받도록 하려는 운동이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딩씨의 아내는 “남편과 쉬씨는 역사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그들의 신념이자 약점이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처음 권좌에 올랐을 때 두 사람은 시 주석이 후진타오 전 주석보다 강경하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2013년 중국 최고위 지도자들에게 재산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낸 뒤 두 사람은 체포됐고 쉬씨는 징역 4년, 딩씨는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출소 후인 2018년 두 사람은 운동의 명맥을 잇기 위해 산둥 지역에서 한 차례 모였다. 1년 후인 2019년 샤먼에서 다시 모임을 가졌을 때도 특별히 경계할 만한 징후는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공안의 감시를 잠시 따돌린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들과 함께 체포된 민권 변호사 창웨이핑(常玮平)은 첫 체포 후 어떻게 수사관들이 자신을 고문했는지 증언하는 영상을 만들었다가 다시 체포돼 국가전복죄로 기소됐다. 딩씨는 수사관들이 자신에게 열흘 간 밤낮 없이 계속해서 엄청나게 큰 음량으로 시 주석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틀어주며 잠을 못 자게 했다고 증언했다. 국가전복죄로 기소된 이들은 공산당 통제 하에 있는 중국 법원에서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