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옵션·머니무브, 당신의 퇴직연금은 어떤가요?

김윤지 2022. 1. 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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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창]
예금에만 90%..1% 수익률 못 벗어나
투자 눈 뜬 MZ세대, 운용 지시에 적극
"디폴트 옵션 만능 아냐, 실패 사례 日"
수익률 제고 기대에도.."교육 확대 우선"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에 눈을 뜬 5년차 직장인 A씨. 점심시간 ‘투자 고수’인 동기 B씨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평균 30%가 넘는다는 이야기에 A씨도 입사 후 새까맣게 잊고 살던 자신의 확정기여(DC)형 계좌를 열어봤다. 연 평균 수익률은 1%. 계좌를 만들 때만 해도 금리가 나쁘지 않아 예금으로만 운용했던 것이 이유였다. 원금을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고 5년 후 원리금을 따져보니 자신이 1100만원을 쥘때, B씨 손에는 1억9000만원이 떨어졌다. “위험자산 중심 주기적인 리밸런싱(재조정)”이 비결이란 B씨의 말에 A씨는 당장 포트폴리오 변화에 나섰다.

(사진=AFP 제공)
퇴직연금이 ‘1% 수익률’이란 꼬리표 떼기에 나선다. DC형·개인형(IRP) 가입자가 운용지시가 없을 경우 사전에 미리 정한 방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인 사전지정운용제도(이하 디폴트 옵션)가 이르면 오는 6월 시행된다. 금융투자업계는 ‘투자’로 머니 무브가 이뤄지는 현 시점에서 디폴트 옵션의 도입으로 수익률 제고로 퇴직연금이 노후자산형성이란 역할을 강화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수익률 경쟁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등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자의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물가도 못 따라가는 1~2% ‘쥐꼬리 수익률’

9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포털에 따르면 2021년 9월말 현재(이하 동일 기준) 현재 퇴직연금(DB·DC·IRP) 적립액은 262조3000억원으로 2018년 말 190조원 비교해 약 3년 동안 38.05% 늘어났다. 가입기업 확대에 따라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가파른 상승 추이를 그리고 있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1.67%을 기록했다. DC형도 2.18%에 불과하다.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는 2.5%로, 사실상 손실을 낸 셈이다. 장기 수익률을 따져봐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DB형과 DC형의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각각 2.48%, 2.77%로 집계됐다. 그나마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담는 DC형이 근소한 차이로 우세한 수준이다. ‘퇴직연금=쥐꼬리 수익률’이란 오명이 붙은 이유기도 하다.

수익률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은 90%에 달하는 원리금보장상품의 높은 편입 비율이 지목된다. 예금 등이 원리금보장상품에 해당한다. 저금리 영향으로 수익률이 1%대에 불과하지만, 가입자의 시간·관심 부족 혹은 “원금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 등으로 인해 대다수가 원리금 보장 상품을 계좌에 담으면서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했다.

또 2017년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DC·IRP) 가입자 10명 중 9명은 처음 퇴직연금 계좌 개설 당시 금융 회사의 도움을 받아 운용 지시를 한 후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이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대다수가 수년 전 설정한 포트폴리오에 멈춰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희망은 있다…투자 나선 MZ세대·디폴트 옵션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퇴직연금 운용 또한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점에 업계는 기대를 걸고 있다. 원리금보장형 편입 비중이 여전히 압도적이나 DC와 IRP의 경우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이 2020년 말 각각 16.7%, 26.7%에서 지난해 3분기 20.9%, 33.7%로 늘어나는 등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 개인이 개별가입하는 IRP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2.56%로 DB형·DC형과 큰 차이가 없지만,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양호한 투자 환경 등으로 인해 4.13%로 집계됐다.

박영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심화된 저금리 기조와 투자에 대한 관심 고조의 연장선으로, 개인이 운용하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 상품 위주의 자산배분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DC형과 IRP, 그중에서도 증권사 계좌의 운용 수익률은 2분기 10%대에 달하는 등 타업권을 압도한다”면서 “ETF(상장지수펀드), TDF(Target Date Fund), 글로벌 펀드, 상장리츠 등 매매가능한 투자 상품군 다변화를 강점으로 한 실적배당상품 중심의 운용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주식, 가상화폐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MZ세대(1982년~1996년생)의 특징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적용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해 11월 8일부터 24일까지 MZ세대 직장인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MZ세대는 평균(21.8%) 대비 높은 실적배당상품 비중(37.6%)을 보여줬다. 최근 2년 이내 실적배당상품 위주로 자산 배분을 변경한 이도 28%에 달하며, 변경 후 수익률 개선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수익률 제고 기대…가입자 교육 우선”

특히 올해는 저조한 수익률 제고를 위해 도입되는 디폴트 옵션이 도입된다. 해당 내용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운용지시 없이 4주가 경과하면 디폴트 옵션 운용을 통지 받고, 이후 2주가 경과하면 적용되는 방식이다. 가입자의 무관심으로 무작정 방치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 미국(2006년), 영국(2008년), 호주(2013년) 등은 일찌감치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 시장은 연 평균 25% 이상 성장했다.

민주영 키움투자자산운용 퇴직연금 담당 이사는 “해외 사례를 볼 때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수익률 제고가 기대된다”면서 “상품제공자들 또한 이에 맞춘 상품 개발 노력 등 수익률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개정안 통과 전 논란이 됐던 원리금보장상품이 적격 상품에 포함돼 업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원리금보장상품 만으로 옵션이 구성된다면 제도의 도입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디폴트 옵션 제도를 시행한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원리금보장 상품을 편입했고, 그 결과 저수익이 지속돼 제도 도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시행령 등 하위 규정 개정이 남아있는 만큼, 일본과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일각에선 원리금보장상품만으로 구성된 옵션 제한 등 장치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금융 교육이 병행될 때 제도 도입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퇴직연금은 20~30년에 걸친 장기 투자로, 주식형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했을 때 복리 효과 등을 제대로 누릴 수 있어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강 대표는 “디폴트 옵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퇴직연금 사업자와 각 기업이 퇴직연금 교육을 확대하는 등 가입자들의 관심 제고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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