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6, 529' 이 숫자의 의미를 아시나요..올해도 벌써

양새롬 기자 2022. 1. 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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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기록..13일 북펀딩 마감
"오늘도 출근하는 동료의 직장을 좀 더 안전하게 바꾸길"
표지의 숫자는 최근 사망소식이 전해진 한국전력 하청 노동자의 죽음까지 반영해 '2146, 529'로 최종 수정될 예정이다. 출판사 '온다프레스'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 골판지 제조공장에서 박모씨가 대형 기계 사이에 끼었다. 이 사고로 박씨가 머리와 팔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트위터 계정 '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laborhell_korea)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이런 내용을 올리며 "2022년도 일하다 죽은 노동자의 소식으로 첫 트윗을 올리게 됐다. 뭐라도 해야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자"고 적었다.

실제 이 트위터 계정은 한해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화도 내고, 사회를 조금씩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2020년 12월30일부터 운영됐다.

그리고 계정 운영 1년이 됐을 때, 출판사 온다프레스의 제안으로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인터넷 서점 알라딘 독자 북펀드를 통해 책을 준비하게 됐다.

당초 책 제목은 '2438, 512'(가제)였다. 이는 2021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로 그중 2438은 산재 사고로 숨진 노동자 전체의 숫자, 512는 전체 산재 사고 중 재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숫자다. 즉, 지난 한 해 동안 재해사고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의 부고를 담은 책이다.

다만 최종 제목은 '2146, 529'가 됐다. 이는 정부 발표 자료를 근거로 하되 최근 사망소식이 전해진 한국전력 하청노동자의 죽음까지 반영된 숫자다.

북펀드 목표 금액은 200만 원. 북펀딩 오픈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이 숫자가 얼마나 더 늘어나야 세상이 바뀔지", "누군가는 반드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일하다 죽는 이 없는, 일하다 다치는 이 없는 사회가 되길" 등 응원 댓글도 스무개나 달렸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는 비극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해당 계정에 따르면 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골판지 제조공장에서 A씨가 대형 기계 사이에 끼여 머리와 팔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같은날 가평군 설악면의 한 별장에서 축대 위로 올라가 작업을 하던 B씨는 5m 아래로 떨어져 깨어나지 못했다.

4일엔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길에서 택배기사 C씨가 택배 차량 차 문과 주차돼있던 승용차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고, 5일에는 충남 당진시의 한 중학교에서 리모델링 공사중이던 D씨가 감전돼 사망했다. 같은 날 남양주의 한 공사현장에서도 하청업체 소속 E씨가 1.8m 높이에서 떨어져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6일 평택시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현장 화재 진화에 나섰다가 고립됐던 소방관 3명이 모두 살아 돌아오지 못했고, 바로 전날(9일)엔 진도 어선 충돌사고와 관련해 실종됐던 선장이 선내 조타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 트위터 화면 갈무리) © 뉴스1

이를 기록하는 계정 운영자인 이현씨(필명)는 10일 뉴스1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와 소방방재신문,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 지역신문 등을 통해 노동자 사망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제보를 해주시는 분도 계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산재 사망자 수치가 Δ산재보험 가입자 중 Δ일하다가 사망했고 Δ그 죽음이 산재라는 것을 인정받은 노동자의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이주 노동자, 농어업 종사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의 죽음을 기록할 때면 '정부 통계에 숫자 하나 올려 놓지 못하는 죽음이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위터에서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책 출판 이후에도 기록은 계속될 것이고,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펀딩에 참여한 사람은 현재 600여명에 달한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난도질이 됐고 시행령으로 누더기가 됐어도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죽음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법"이라며 "법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개정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법은 중대한 인명피해를 일으킨 산재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포함함으로써 사고 예방 노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모호한 해석과 사각지대 등으로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이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한 국회의원들에게도 이 책이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이 책은 중대재해처벌법 첫 시행일인 오는 27일 출간된다. 펀딩 마감은 13일이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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