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스템임플란트 직원, 동진쎄미켐 이전에도 타 종목 투자..수백억 손실에 눈덩이처럼 커진 횡령 규모

[경향신문]

회삿돈 19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회삿돈 19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씨(45)가 횡령액 전액을 주식에 투자해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동진쎄미켐 주식을 매매해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300억원대 이외에 또 다른 개별 종목에 투자해 입은 손실 규모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자금에 손을 대기 전 개인 돈으로 ‘미수 거래’를 해가며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입은 정황도 경찰의 자금 추적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씨의 주식 투자 손실이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범죄를 저지른 동기가 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의 자금 흐름 내역을 추적한 경찰은 그가 지난해 3월부터 손대기 시작한 회삿돈으로 주식투자를 해온 내역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씨가 빼낸 회삿돈으로 한 주식 투자로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손실액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0월 1430억원어치의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를 사들였고, 이후 336만주를 처분했다. 처분 금액이 1112억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 주식 55만주의 매도가에 따라 동진쎄미켐 투자의 손실액 규모가 정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여기에다 횡령액 가운데 수백억원이 또 다른 주식에도 투입된 정황이 발견됐는데, 이 종목에서도 거액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이씨가 회사 자금에 손을 대기 전에도 주식투자로 거액의 손해를 입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미수’ 방식으로도 거래를 했으며, 수억원 규모를 투입했다가 상당 부분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돈과 회삿돈이 뒤섞인 주식 거래는 키움증권 계좌 한 곳을 통해 이뤄졌다.

총 횡령 혐의액 1980억원 중 이씨가 다시 채워넣었다는 100억원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알려진 오스템임플란트의 피해액은 1880억원이다. 이씨는 1㎏짜리 금괴 851개를 사들였는데, 경찰은 지난 5일 이씨를 체포할 때 그의 은신처에서 497개 금괴와 현금 4억여원을 찾아냈다. 키움증권 계좌에 있던 250억원은 동결 조치했다. 지난해 3월부터 회삿돈을 빼돌려 온 이씨는 50억원씩을 자신의 계좌에 송금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450억원을 빼냈다. 지난해 10월에는 1430억원을 한번에 횡령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전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