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추천 책] "역사는 우리를 망치려 드는 존재로구나"

김은지 기자 2022. 1. 1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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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파친코〉의 첫 문장이다.

강렬한 선언으로 시작한 이 소설의 첫 장을 펼쳤다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다.

극적인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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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문학사상 펴냄
<파친코 1, 2>이민진 지음이미정 옮김문학사상 펴냄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파친코〉의 첫 문장이다. 강렬한 선언으로 시작한 이 소설의 첫 장을 펼쳤다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다.

1910년 부산 영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1989년 일본 오사카에서 끝이 난다. 선자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의 삶이 펼쳐진다. 한국 현대사를 여성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파친코〉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일본에 정착한 조선인의 삶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도박 같은 삶은 은유가 아니라 직유였다. 실제로 재일동포들은 파친코 사업에 꽤 종사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이를 치밀하게 취재했다. 독자들이 딴생각할 틈 없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번역 또한 훌륭하다. 번역서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투리는 영어로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극찬했고, 애플TV플러스에서 드라마로 제작했다.

극적인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보는지에 따라, 소설은 독자에게 세게 뒤통수를 때리기도 하고 거대한 슬픔을 선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책장을 덮고 한동안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를 몇 번씩 곱씹었다. 그만큼 역사가 망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괴롭고, 슬프고, 힘들고, 아주 가끔 기쁘다가 다시금 절망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다 또 약간의 다른 감정이 움틀 틈바구니를 만들어놓는 이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희한하게 용기가 생긴다. ‘아, 역사라는 것은 기어코 우리를 망치려 드는 존재구나, 그런데 그게 결국 삶이구나, 그러니 뭐 어떻게든 살아지는 거구나.’ 2022년을 맞이하는 삶의 태도일 수 있지 않을까. 삶 그 자체를 위한 기이한 희망, 또는 그 비슷한 것들을 위한 헌사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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