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새롬 연출 "'메타씨어터' 무대, 관객과 함께 진동하는 느낌 느끼고 싶었죠"

강진아 2022. 1.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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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연극 '마우스피스' 연출…30일까지 공연
초연때 없던 무대 감독이 작품에 등장 소품 옮겨
무대와 진짜 현장 공간 섞어 작품에 속한 듯한 분위기
"마지막까지 별탈없이 공을 끝내는 것만으로도 다행"

[서울=뉴시스]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2022.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이 무대가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감각을 주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가짜지만, 진짜인 이 공간과 만나 현실과 섞이는 거죠. 그게 연극을 보는 재미 중 하나 아닐까요."

초연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연극 '마우스피스'는 한때 주목받는 예술가였지만 긴 슬럼프에 갇힌 작가 '리비'와 예술적 재능을 가졌지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이를 펼치지 못한 '데클란'의 만남을 그린 2인극이다.

리비는 데클란의 그림을 통해 영감을 얻고, 데클란은 리비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교감을 나누던 두 사람은 데클란의 삶이 리비의 희곡으로 쓰이면서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는다. 극은 두 인물 사이에 일어나는 일과 리비의 글 속에서 다뤄지는 데클란의 삶이 동시에 전달되는 '메타씨어터' 형식이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부새롬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는 메타씨어터 형태를 좀 더 재밌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대 감독이 작품에 등장하는 등 변화를 줬다. 소품을 직접 옮기는데, 초연 땐 없었던 장면이다. 관객이 지금 펼쳐지는 이 작품의 일부에 속한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원작은 (극 중 리비의 작품이 올려지는) 영국 트래버스 극장에서 실제 공연돼 관객에게 재미있는 감각을 만들어줘요. 관객들이 트래버스 극장에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데클란이 이곳으로 찾아오는 셈이죠. 저흰 그게 안 되니까 현장과 작품을 연결할 수 있는 걸 고민했고, 무대 감독을 등장시키면서 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죠."
[서울=뉴시스]부새롬 연출. (사진=연극열전 제공) 2022.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작의 윤리성 넘어 이야기 확장…창작자와 소비자 함께 고민"

극은 누군가의 삶을 대변한다는 소재로 창작윤리와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극본을 처음 봤을 때 그 역시 한 명의 창작자로서 동질감을 크게 느꼈다. "제가 리비라는 인물과 나이가 거의 똑같다. 전체적인 구조나 이야기도 좋았지만 그 인물과 많이 만나졌다"고 돌아봤다.

"저도 비판적인 작품이나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 스스로 되돌아보게 됐죠. 그 이야기를 대상화해서,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소비해버린 건 아닐까. 리비를 통해 제가 갖고 있던 불안을 보게 됐죠. 내년에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나 계속 뭔가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창작자들의 불안감을 이 인물이 잘 보여줘요."

초연 땐 창작의 윤리성 문제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이야기가 더 확장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리비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그렇다면 누가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만일 당사자가 아니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삶을 가져와서 작품을 쓰잖아요. 내 얘기라고 해도 주변 사람이 등장하고, 가상이라고 해도 삶의 경험이 투영될 수밖에 없죠. 대상화는 사실 모든 순간 일어나고 있어요. 스스로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경계가 애매하고 잣대가 없는데, 창작자로서 어떻게 얘기할지 고민하고 소비자도 비판을 넘어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서울=뉴시스]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2022.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극 중 리비와 데클란은 서로 영감을 주는 존재로 우정, 사랑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난다. 결말은 열려있다. 그건 관객들의 몫이다.

"초연 때부터 처음 했던 얘기가 결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아닌지, 묻거나 토론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건 이 작품을 재미없게 만드는 일이죠. 여러 가지 가능성을 확장시켜주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에요. 한쪽으로 쏠리면 재미가 없어지죠. 그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다만 리비가 너무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고 했다. "리비는 선한 의지로 이 아이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관객 입장에선 리비가 밉기가 쉽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될 수 있게끔 만들고 싶었죠. 두 인물이 정당성을 가졌으면 했어요."

이번 무대엔 초연에 출연한 배우 김여진, 김신록, 이휘종, 장률에 새로 합류한 유선, 전성우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이 함께하고 있다. "다들 각자의 매력이 있다. 교차하면 아홉 페어가 되는데, 조금씩 다 다르다"고 귀띔했다. 초연 때 했던 배우들이 모두 돌아온다는 소식에 김여진도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심장 박동이 똑같이 맞춰지는 극장…코로나19 전 온기 그리워"

[서울=뉴시스]연극 '마우스피스' 공연 사진. (사진=연극열전 제공) 2022.0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어느 순간에, 우리가 여기에, 여기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심장 박동이 정말로 맞춰지는 거지. 그럴 때 극장은 거대한 공감 기계처럼 되는 거야."

극 중 리비의 대사다. "관객과 우리의 심장이 같이 뛴다는 대사가 시의적절해서 더 마음에 와 닿는다"는 부 연출. 코로나19 첫 해에 '마우스피스' 첫 무대를 올렸고,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 속에 공연하는 자체가 감사하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별탈없이 공연을 끝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2년 전에 극장에서 느꼈던 온기, 박동이 그립다"며 "관객과 함께 진동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끼고 있고 좌석 띄어앉기도 있어서 예전같은 기분이 안 난다"고 아쉬워했다.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그 개', '2센치 낮은 계단', '로풍찬 유랑극장', '햄릿' 등으로 호평을 받아온 부 연출은 시대의 소수자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조명하며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져왔다. 그가 이끌고 있는 극단 '달나라 동백꽃'은 지난해 10주년을 맞았고, 지난 9월엔 계층 및 인간관계의 문제를 다룬 연극 '달콤한 노래'를 선보였다.

연극 '마우스피스'는 오는 30일 막을 내린다. 부 연출은 이후 새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예전에는 큰 이슈나 선명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경계가 애매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도 해요. 과학, 경제 이야기를 재밌는 작품으로 해보고 싶기도 해요. 작품을 할 때는 늘 지금 만나는 관객들과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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