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AI 앞세운 K스타트업, CES를 호령하다

라스베이거스/장형태 기자 2022. 1. 1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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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전시장 '유레카파크' 한국, 292개 업체 최다 참여
주사위 쌓는 로봇 - 악수하고 주사위를 쌓을 수 있는 서울대학교 동적로봇시스템 연구실의 로봇 ‘토카비’. /라스베이거스=장형태 기자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메인 전시장에서 약 2㎞ 떨어진 유레카파크 전시장. 전 세계 스타트업 800여 곳이 모인 이곳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프랑스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라 프렌치 테크’ 구역이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붉은 수탉 패널이 140개 프랑스 스타트업 부스 위마다 장식돼 있었다. 바삐 움직이는 관람객 사이로 로봇 스타트업 나이오의 포도밭 제초용 자율주행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우주 스타트업 바오니스 직원들이 천체 움직임을 자동으로 추적해 사진을 찍은 뒤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주는 망원경을 시연하고 있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21곳을 배출한 스타트업 강국”이라며 “CES에서 뒷방 신세였던 유레카파크가 유명해진 것도 4년 전 프랑스가 스타트업 부스를 대규모로 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랑스 구역 뒤로 자리 잡은 이스라엘 구역에서는 키오스크에 떠 있는 가상 바텐더가 관람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고, 유니언잭이 내걸린 영국 부스에서는 웃으며 인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가 관람객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글로벌화로 국적 구분이 무의미해진 다국적 대기업들과 달리, 유레카파크는 각 나라가 자국 특색에 맞는 혁신 테크 스타트업의 세(勢)를 과시하는 ‘스타트업 올림픽’ 경기장이었다.

◇한국 AI·로봇에서 두각

한국은 가장 많은 292개 스타트업이 참가하며 둘째로 많이 참가한 프랑스를 두 배 이상 앞섰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인공지능(AI)·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에 처음 참여한 서울대 동적로봇시스템 팀은 원격 조종 로봇 토카비를 선보였다. 세 손가락을 가진 사람 형태의 로봇 토카비 앞에 서서 손을 내미니 세 손가락이 달린 손으로 악수를 했다. 주사위를 척척 집어 올려 쌓기도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VR(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어디서든지 조종도 할 수 있다”고 했다. AI 생체 인식 기술로 반려견의 비문(코 지문)을 판별해 신분을 등록하는 기술을 선보인 펫나우 부스도 인기였다.

반도체 강국 대만은 전시장 중앙에 ‘대만 테크 아레나’를 차려놓고 반도체·클라우드 컴퓨팅·보안 프로그램 같은 딥테크(핵심 원천 기술) 스타트업 100곳을 출전시켰다. 혁신상을 받은 산업 현장 위험 감시 설루션 업체 RTS가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의료용 훈련 로봇 - 일본의 소아환자 임상교육용 로봇 ‘사쿠라’. /AFP 연합뉴스

스타트업 불모지로 불리던 일본도 대규모 전시단을 꾸렸다. 일본 연합 부스에서 만난 제트로(JETRO·일본무역진흥기구) 관계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52곳이 참여했으며 6곳은 혁신상을 받았다”고 했다. 다양한 용도의 로봇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여아의 모습을 한 로봇이 선반에 누워 몸을 버둥대며 울부짖고 있었다. 로봇 스타트업 티엠작크가 만든 의료인 훈련용 로봇 ‘사쿠라’로 5세 여아를 본떠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소아 진료를 어려워하는 의대생 교육용으로 인기”라고 했다. 일본의 차 문화를 알려주는 사람 모습의 로봇과 가상현실 속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움직이게 하는 로봇 슈트 등 기존에 없었던 개념의 로봇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대세 넘어가”

한국·대만·프랑스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특색 있는 전시관을 차린 나라도 여럿 있었다. 네덜란드는 자율주행 해양 쓰레기 청소로봇, 수질 정화 기술 같은 환경 관련 테크 스타트업 70곳이 전시에 참여했다. 스타트업 44곳을 내보낸 이탈리아 부스에서는 개봉한 와인을 팩에 넣어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 와인 디스펜서를 개발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알비키에르가 인기였다. 회사 관계자는 “6개월간 와인의 맛을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 터키(27곳), 스위스(15곳) 등도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선보였고, 러시아와 전쟁 위기에 놓인 우크라이나도 스마트 의수 스타트업 등 8곳이 부스를 차렸다.

와인 6개월도 보관 - 이탈리아 알비키에르의 와인 스마트 디스펜서. /라스베이거스=장형태 기자

글로벌 대기업이 대거 불참하면서 예년에 비해 썰렁했던 메인 전시장과 달리 유레카파크는 CES 기간 내내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CES를 찾은 한국 기업인 사이에서도 “유레카파크에 꼭 가보라”는 말이 나왔다. 실리콘밸리 IT 컨설턴트 출신인 윤종영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는 “전시의 중심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넘어왔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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