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떠났지만..'이정후 눈물' 닦아줄 '베테랑 히어로'가 있다

2022. 1. 1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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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 그가 '진짜' 덕아웃 리더다.

박병호(KT)가 3년 30억원 FA 계약을 마친 뒤 언론들에 풀어놓은 얘기 중 가장 눈길을 모은 건 이정후(키움)였다. 이정후가 박병호의 이적에 서운해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이 키움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프로는 비즈니스다. 키움은 구조적으로 내부 FA에게 과도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 박병호는 그렇게 떠났다. 이정후의 눈물은, 키움에 박병호의 존재감은 단순히 '홈런 한~두 방을 칠 수 있는 타자' 이상이었다는 걸 의미한다.

박병호는 2020년과 2021년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부상까지 겹치며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덕아웃에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묵묵히 땀을 흘려왔다. 1루 수비에 최선을 다했고, 후배들의 좋은 경기력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이정후와 후배들은, 그런 박병호가 덕아웃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히어로즈맨'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말 그대로 덕아웃의 기둥이자 지주였다.

박병호가 떠났으니, 키움 덕아웃은 홈런 이상의 휑함을 느끼게 될까. 꼭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장 그 누구에게도 박병호가 해냈던 시즌 20홈런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의 기둥이 여전히 남아있다. 주인공은 이적 2년차를 맞이하는 이용규(37)다.

이용규는 한화에서 방출되기 전 트레이드 요청 등 논란이 전혀 없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키움으로 이적한 뒤 또 다른 '묵묵한 리더'로서의 모습이 돋보였다. 타석과 외야에서 팀에 실질적 도움이 된 건 물론이었고, 단숨에 후배들의 또 다른 기둥이 될 정도로 빠른 덕아웃 적응력을 보여줬다.


실책을 연발하던 김혜성에게 국내 최고의 유격수가 될 수 있다며 끝 없이 용기를 주는 모습, 시즌 초반 타격이 풀리지 않자 격한 감정표현을 하고 싶어도 후배들을 위해,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참는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이용규는 시즌 중 "어린 선수들은 안 풀릴 때 헬맷을 던지고 방망이를 부러뜨려도 된다. 그런데 고참이 그러면 후배들이 눈치를 보게 돼 있다. 그래서 더 조심했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중반 박병호, 이용규, 서건창(트레이드 되기 전) 등 베테랑 선배들의 조용한 특타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본인의 야구가 풀리지 않는데도 티 한번 내지 않고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 그러면서 자신의 야구를 찾아가려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박병호가 떠났지만, 이정후는 울지 않아도 된다. 이용규라는 베테랑 리더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키움은 전통적으로 선수 1~2명 빠져나갔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조상우(사회복무요원)의 이탈까지 겹치며 객관적 전력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위권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중용하며 미래를 내다봤다.

세월이 흐르면, 이정후가 베테랑이 돼 어떤 후배의 눈물을 닦아줄 날이 올지도 모른다. 2023시즌 이후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 변수는 있다. 그러나 이정후 역시 누구보다 듬직한 베테랑 기둥, 베테랑 히어로가 될 자질이 보인다.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보여준 위트 있는 입담과 야구에 대한 진지함, 책임감을 표출하는 걸 지켜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정후와 이용규(위), 이용규를 환호하는 키움 덕아웃(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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