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위해 여성 배신한 여성가족부가 자초한 폐지론

조선일보 2022. 1. 10.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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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당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 여성가족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당시 이 장관은 질의 답변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윤 후보가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올리자 4시간 만에 찬성 댓글 5000여 개가 붙었다. 상당수가 2030세대 남성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성이지만 찬성한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최근 성평등가족부 또는 평등가족부로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평등부(여성가족부) 강화’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강한 반대 입장이다.

2001년 신설된 여가부는 호주제 폐지, 성폭력·성매매 방지법 제정, 경력 단절 여성 지원, 다문화 가정 정책 수립 등 20여 년간 많은 업적을 남겼다. 김부겸 총리가 9일 방송에서 “여가부가 역사에 분명한 족적이 있다” “양성평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폐지론에 반대한다고 한 근거가 바로 이런 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부 폐지론이 대선 쟁점으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권 5년간 여성보다 진영 보호에 앞장섰던 여가부 행태에 대한 환멸 때문일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을 거치며 여가부는 스스로 존재 근거를 부정했다. 당시 장관은 국회에서 “두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세 차례나 답변을 피했다. 민주당이 ‘우리 잘못으로 생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꿔가며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참여하기로 하자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 학습을 할 기회”라고 감싸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여가부는 공식 입장문에서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주저하더니 “2차 피해를 막아달라”는 피해자 측 요청도 묵살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행태가 거듭되면서 여가부 장관은 국회에서 발언 금지 조치를 받기도 했다. 여성운동을 여당 국회의원이나 여가부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디딤돌로 이용해 온 일부 인사의 여성 배신 행위가 여가부 폐지 논란을 자초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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