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송창식 밤눈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2022. 1.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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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륵사륵 눈이 쌓이는 겨울 저녁, 송창식의 노래는 최고의 배경음악이다. 비가 오고, 바람 불고, 꽃이 피고, 새가 울 때도 송창식은 유효하지만 ‘밤눈’의 매력을 뛰어넘지 못한다.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 데서 눈 맞는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당신은 못 듣는가. 저 흐느낌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내 우는 소리.’

1974년 발표된 송창식의 3집 앨범 수록곡으로 소설가 최인호(앨범에는 동생 최영호로 표기)가 작사했다. 송창식은 6개월 보충역으로 군에 가기 직전에 이 노래를 만들었다. 입대를 앞두고 불투명한 청춘의 한가운데서 겪는 심란함을 통기타 선율에 담았다.

최인호는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이 노랫말을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밤 썼다고 술회했다. 그는 어지럽게 내리는 눈발을 보면서 졸업을 앞둔 기쁨과 설렘보다는 세상에 나가는 두려움을 노랫말에 담았다고 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송창식은 최인호 소설 원작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 OST로 ‘고래사냥’을 만드는 등 당시 청년문화를 주도하면서 최인호와 교유했다.

‘밤눈’을 둘러싼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평소 이 노래를 좋아했던 탤런트 강석우는 가곡으로 만들어서 발표하고 싶었다. 알고 보니 작사가가 영화 <겨울 나그네>로 인연을 맺은 최인호였다. 강석우는 최인호 소설 원작의 이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어렵게 유족에게 연락하여 허락을 얻어 만든 가곡 ‘밤눈’은 지난해 바리톤 이응광이 불러 발표됐다.

‘눈 내리는 밤이 이어질수록/ 한 발짝 두 발짝 멀리도 왔네’라는 노랫말은 눈 내리는 겨울밤이라면 늘 유효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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