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이 만난 사람] “푸드·헬스·우주기술 비약적 발전… 대체육, 즐기는 단계”

김성민 실리콘밸리 특파원 2022. 1. 10.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KT 최연소 임원 배순민 인공지능연구소장이 본 CES 2022
KT의 인공지능을 총괄하는 배순민 KT AI2XL 연구소장은 “이번 CES는 코로나로 인해 예전보다 전시 규모가 축소됐지만 디지털 헬스케어와 로봇, ESG, 푸드테크 같은 부문의 기술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성민 특파원

전 세계적인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IT(정보 기술) 전시회인 ‘CES 2022′가 7일(현지 시각) 막을 내렸다. 올해 CES는 2년 만의 오프라인 복귀로 기대를 모았지만 구글·메타(옛 페이스북)·IBM·아마존·도요타·BMW·벤츠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거 불참하거나 온라인으로만 행사를 진행하면서 예년에 비해 전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2년 전 사람이 가득 차 발 디딜 틈 없던 전시장 곳곳이 대형 쉼터로 꾸며질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CES에서도 미래를 바꿀 신기술들은 어김없이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CES 전시가 한창이던 6일(현지 시각) 미 라스베이거스 유레카파크에서 만난 배순민(42) KT AI2XL 연구소장은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도, 글로벌 테크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인 배 소장은 KT의 최연소 임원이자 KT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는 AI(인공지능) 연구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올해 CES에서 가장 크게 느낀 기술 변화는 무엇일까. 배 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 ESG(지속 가능 경영)와 푸드테크”라며 “헬스테크는 철저한 비주류에서 퀀텀점프(비약적 발전)를 보여줬다”고 했다.

- 헬스케어가 얼마나 발전했다는 것인가.

“예전 CES에 나왔던 헬스케어 기술은 손목시계 등을 통해 사람이 달리기를 몇 분 했는지 같은 신체 활동을 측정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슬립테크(수면 기술)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리면 베개 높이를 조절해 코골이를 방지하거나, 침대에 누우면 신체 상태를 체크해 매트리스의 단단한 정도를 조절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면 데이터를 모은 빅데이터 덕분에 가능해진 기술이다.”

◇가전이 사라진 게 아니라 확장됐다

- 가전 전시회로 시작된 CES인데 올해는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이 주목받지 못했다.

“가전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홈이 강조되며 더 중요해졌고 확장됐다. 코로나로 인해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은 너무나도 커졌다. 앞으로 가전과 로봇, 자동차의 경계가 더 급속히 사라질 것이다. 현대차가 CES에서 자동차를 한 대도 전시하지 않았고 소니는 전기차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머지않아 모든 가전이 로봇화될 것이다.”

- 정말 많은 기업들이 로봇 제품을 전시하긴 했다.

“거의 모든 기업이 로봇을 의무적으로라도 한 대씩은 전시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로봇 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은 시대에 뒤처졌다는 분위기가 있다. 다만 이번 CES에 나온 로봇들은 일반인의 기대와 다를 수 있다. 실용적인 로봇을 위한 기술적 난도는 예상보다 훨씬 높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현대차가 바퀴가 돌아가는 구동축을 모듈화해 다양한 로봇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었다. 로봇 부품이 모듈화되면 생산과 서비스 적용에 용이하다. 이전엔 쉽지 않았던 일이다.”

CES 2022 현장에서 한 관람객이 마사지 로봇을 체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영국의 한 스타트업이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를 전시했다. 얼핏 보면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상당히 빨라 보이는데.

“전시회용 로봇과 실제 생활에 투입되는 로봇은 완전히 다르다. 로봇은 산업용 로봇→상업용 로봇→가정용 로봇 순으로 난도가 올라간다. 공장에서 일정한 공간에 설치돼 정해진 일만 하는 산업용 로봇은 쉽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집 안에서 자유자재로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로봇은 갈 길이 멀다. 개인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각 가정마다 생활 방식도 습관도 제각각이다. 사용하는 물건도 다르고, 어떻게 물건을 활용하는지도 다르다. 사람은 직관적이라 하나를 가르치면 여러 가지를 알아서 깨우치지만, 로봇은 접시와 컵 설거지 방법을 따로 입력해야 한다. 로봇이 보편화되려면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가격도 더 낮춰야 한다.”

◇AI도 아직 갈 길 멀어

- 인공지능 전문가 입장에서, AI 기술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예전엔 AI를 적용한 제품이 가끔 보였지만, 이젠 거의 모든 기업의 부스에서 AI를 적용한 제품을 내놨다. AI가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AI의 급격한 발전은 체감하기 어려웠다. 사실 인간을 뛰어넘는 놀랄 만한 AI라는 기술은 아직 세상에 없고 가능성만 어렴풋이 보이는 상황이다. AI도 로봇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기대치가 실제 기술력보다 너무 높은 분야다.”

- 작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 열풍이 불었고 올해 CES에도 관련 제품이 많았다.

“하드웨어적으로 많은 진보가 일어났고, VR·AR(가상·증강현실) 기술도 차근차근 발전하고 있다. 다만 메타버스가 대중화 되려면 물이 100도가 돼야 끓는 것처럼 임계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현재는 끓는점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가상현실 기기는 대중화와 가격 문제가 있다. 애플이나 테슬라처럼 비싼 가격에 내놔도 무조건 사겠다는 충성 고객이 많은 기업이 나서야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

- 푸드테크와 기업들의 ESG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는데.

“3년 전만 해도 푸드테크는 헬스케어와 마찬가지로 그냥 신기한 분야였다. 하지만 이제 엄연히 하나의 장르가 됐다. 실험실 고기로 불리던 대체육은 이제 일반인들이 사서 먹고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 허황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대체육 기업들은 이미 유니콘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주류 식료품 기업이 됐다. 육류뿐 아니라 생선, 새우 같은 해산물도 3차원 프린터로 찍어낸다. 맛과 가격만 충족된다면 대체 식품 시장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기업들의 환경 등 ESG도 마찬가지다. 점차 많은 기업들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난 전략과 기술을 연구 중이다. 상징적인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고 있다.”

KT의 인공지능을 총괄하는 배순민 KT AI2XL 연구소장./라스베이거스=김성민 특파원

- 올해 CES는 새로운 테크 카테고리로 푸드테크와 함께 스페이스테크(우주기술)를 꼽았다.

“스페이스테크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보다 빠르게 진보하는 것 같다. 로봇이 쉬워 보이지만 발전 속도가 느리다면, 스페이스테크는 반대다. 사람들은 우주 관련 기술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민간 우주여행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올해 CES에 미 우주항공기업 시에라스페이스가 미니 우주왕복선을 전시했고, 소니가 인공위성을 공개했다. 이러다가 3년 후쯤엔 모든 기업 전시 부스에 우주선이 하나씩 등장할 수도 있다. 그만큼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외국인 유치·소프트웨어 교육 강화해야

- 올해 CES에서 한국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CES 전체 참가 기업 2200여 곳 중 500여 곳이 한국 기업이었다.

“전 세계 스타트업을 모아놓은 유레카파크에도 한국 스타트업이 많아 놀랐다. 코로나로 인해 규모를 줄였는데 이 정도라니,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전시한 기술이나 제품이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의 기술과 기업 인력 수준이 높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소프트웨어 쪽이다. 시장을 제패하려면 응용의 기반이 되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짜야 되는데 이는 맨땅에 헤딩하며 긴 시간을 버텨야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런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며 뚝심 있게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기업이 한국엔 상대적으로 적다.”

- 한국 테크 산업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두 가지다. 첫째는 최고 실력의 외국인 기술자들이 한국에서 일하기 쉽도록 기업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문화적으로 매력적인 나라지만, 비자 문제가 복잡하고 딱딱한 기업 문화 때문에 적응하기 힘든 곳이다. 외국인 기술자들에게 고용 보장 이런 것은 필요하지 않다. 다양한 고용 형태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디지털 리터러시(교육을 통해 획득한 능력)의 비중이 매우 작다. 초등학생이 1년간 학교에서 배우는 디지털 관련 교육은 30시간이 채 안 된다. 코딩 교육이나 AI 교육은 사교육이 담당한다. 소프트웨어 교육 시간이 늘어나도록 교육부가 움직여야 한다.”

☞배순민(42) KT AI2XL 연구소장

국내 대표적인 AI(인공지능) 전문가. 경기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KAIST)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비전AI(시각 인식 인공지능과)와 컴퓨터 그래픽 처리가 주 전공이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 연구소인 MIT CSAIL(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삼성테크윈 로봇사업부 AI 개발팀장과 네이버 클로바 AI 리더를 역임했다. 2021년 KT의 최연소 임원으로 영입돼 KT의 AI와 XR(확장현실) 관련 기술·서비스를 개발하는 AI2XL(AI To Everything 랩)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 최대 AI 전문가 연구 네트워크인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