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95] 너에게 권력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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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을 굳이 읊지 않더라도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본질적 사상의 핵심은 ‘주권재민’일 것이다. 국민을 위해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지 정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그 정부에 권력을 위임한다. 그러나 문제는 제아무리 선하고 현명한 권력이라도 국가의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며칠 전 미국의 금융회사 시티그룹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한 직원을 전부 해고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방역 패스 문제도 개인의 선택권과 정부의 강제권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중이다. 백신의 효능도 완벽하지 않은데 사람에 따라서 치명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백신 접종에 대한 선택을 정부나 고용자가 강요하거나, 명백한 불이익 환경을 일방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것일까? 민감하고도 어려운 문제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의 인디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는 2004년 데뷔 때부터 근 20년에 이르는 활동 기간 개인과 사회 그리고 시대 사이에 놓인 회의와 갈등, 단절과 죽음을 사유한다. 월드뮤직의 흥겨운 리듬 패턴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도 텍스트는 묘하게 어둡고 무겁다.
이들이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에 발표한 이 싱글은 국가의 권력과 구성원 개인의 관계에 대한 모순을 명확하게 지적한다.
“나를 지배할 권력을 너에게 줄게/ 너에게 힘을 줄게/ 하지만 난 자유를 누릴 거야/ 너에게 권력을 줄게/ 그런데 내가 한마디 할게/ 너에게 힘을 주지만 난 그것을 빼앗을 수 있어.”
나를 통제할 권한을 위임하지만 나는 자유로워야 한다. 권력을 부여하지만 그 선출 권력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신이 아닌 인간이 만든 민주주의는 이렇게 모순적이며 논쟁적이다. 결국 어떤 권력을 선택할 것인지는 그 시대 구성원 집단 지성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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