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으로 접근해서 연인이 되면 사기죄가 될까요?"

김태훈 2022. 1. 1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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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의 사랑을 대신 이뤄주는 일명 '연애조작단'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소재들 중 하나다.

국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일본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6)는 로맨틱 코미디보다 멜로, 또는 판타지에 더 가까운 작품이지만 이른바 '계획된 연애'가 극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속 여자주인공 '에미'(고마츠 나나 분)가 남자주인공 '타카토시'(후쿠시 소타 분)의 동선을 미리 철저하게 파악해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연애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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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변호사의 영화 속 법률 쟁점 해석
"선거 기간에 반상회 열어도 될까요?"
고봉주/지혜와지식/1만5000원
연애에 서투른 사람들의 사랑을 대신 이뤄주는 일명 ‘연애조작단’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소재들 중 하나다. 국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일본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6)는 로맨틱 코미디보다 멜로, 또는 판타지에 더 가까운 작품이지만 이른바 ‘계획된 연애’가 극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남녀가 더할 나위 없이 ‘운명적’인 만남을 했다고 여겼는데 실제로는 연인 중 어느 한 사람한테 ‘다 계획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면 상대방은 어떤 느낌이 들까.
신간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은 ‘현직 변호사의 영화 속 법률 쟁점 해석’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영화를 재료 삼아 생활법률 이야기를 풀어나간 책이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아주 인상깊게 감상했다는 저자는 바로 계획된 연애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계획적으로 접근해서 연인이 되면 사기죄가 될까요”라는 이색 질문을 독자들한테 던진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한 장면. 영화 홍보 홈페이지 캡처
영화 속 여자주인공 ‘에미’(고마츠 나나 분)가 남자주인공 ‘타카토시’(후쿠시 소타 분)의 동선을 미리 철저하게 파악해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연애가 시작됐다. 그저 우연인 줄로만 알았다가 나중에 진상을 파악한 타카토시가 배신감을 느끼면 형사소송으로 비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법률 전문가인 저자가 내린 결론은 ‘아니오’다. 우리가 사기죄라고 할 때에는 남을 속인 행위와 더불어 그로 인해 취득한 재산상 이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에미가 타카토시를 ‘속였다’고 볼 여지는 있겠으나 둘의 관계에서 금전적 이득 또는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저자는 “영화에서 타카토시와 에미는 재산 처분행위와 재산상 이익 취득이 없기 때문에 에미에게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린다.
요즘 우리나라는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때문에 온통 정치와 선거 얘기뿐이다. 3선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치 영화 ‘정직한 후보’(2020)와 관련해 저자는 “선거 기간에 반상회를 열어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직접 선거에 출마하거나 남의 선거 캠프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조차 헷갈릴 법하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거법은 자주 개정되고 내용도 복잡해서 특히 어려운 법률로 꼽힌다. 후보자나 선거 캠프 관계자는 물론 유권자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선거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선거운동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해서 전문가도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정확하게 숙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저자의 푸념에 정치권 인사는 물론 일반 국민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 영화 홍보 홈페이지 캡처
책은 총 40편의 영화를 다뤘다. 생활법률과 연애, 결혼부터 형사까지 수비 범위도 넓다. “한 달에 21편의 영화를 보던 때가 있었다”며 “그달에 드라마 한 시즌을 본 것까지 포함하면 25편 정도를 본 셈”이라는 고백에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 굉장히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기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는 설명까지 들으면 법률가가 왜 그토록 영화에 관심이 많은지 짐작하게 된다.

저자인 고봉주 변호사는 사시 합격 후 법무법인(로펌), 사내 변호사 등 경험을 두루 거친 뒤 현재는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법률 업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씨네플레이’에 정기 칼럼 ‘영화 속 법률’을 연재한 것이 이번 저서 출간의 기본 바탕이 되었다. 그는 “이미 본 영화의 장면에 법적으로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생각하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저자로서 매우 기쁠 것”이라며 “이 책이 독자들의 법률 교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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