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아바나 증후군과 모스크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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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증후군은 현기증과 두통, 피로, 메스꺼움, 인지 장애 등을 동반하는 신경계 질환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거주하던 미국 외교관 등이 처음 증상을 호소한 뒤 중국,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통 전직 미 외교관이 미 외교관협회 소식지에 아바나 증후군의 선배격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신호'와 관련한 비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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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러시아통 전직 미 외교관이 미 외교관협회 소식지에 아바나 증후군의 선배격으로 알려진 ‘모스크바 신호’와 관련한 비화를 소개했다. 모스크바 신호는 미국과 소련의 체제경쟁이 극한으로 치닫던 냉전 시기,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과 관저에 정체불명의 극초단파가 장기간 투사됐던 것을 말한다. 소련 정부가 도청을 위해 한 것으로 추측됐다.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조사 결과와는 달리 건강 이상자들이 속출했다.
아바나 증후군이나 모스크바 신호 모두 ‘음파무기’(sonic weapon)와 연관돼 있다.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 음역’은 대략 20∼2만㎐. 20㎐보다 낮으면 초저주파, 2만㎐ 이상은 초음파라 부른다. 음압(dB) 정도에 따른 반응도 천차만별이다. 파동 에너지에 민감한 청각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음파무기는 2000년 예멘 아덴만에서 미 해군 구축함이 해적에게 폭탄 테러를 당했을때 진압용 장비로 사용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음향대포’라 일컫는 장거리음향장치(LARD)가 그것이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난동을 부리던 헐크를 한 방에 잠재운 무기다.
이보다 더 첨단화된 음파무기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미세한 소음으로 인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소리로 사람을 죽이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 정부가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을 음파의 공격으로 확신하는 이유다. 초보 수준이긴 하나 우리 군도 주요 핵심 건물에 이런 음파 침투를 막는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성없는 전쟁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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