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각별한 인연' 배은심 여사 조문.."당연히 와야죠"(종합)
文, 6·10 기념식서 고인에 훈장..탁현민 "당시 의전 의경 이름이 이한열"
김정숙 여사 빈소 동행..유가협 유족, 유공자법 제정 촉구도
(서울·광주=연합뉴스) 박경준 천정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9일 별세한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여사를 애도하고자 광주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40분께 배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약 8분간 머무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청와대에서 멀리 떨어진 광주까지 직접 찾아갔다는 점에서 점, 또 부부가 함께 빈소를 향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문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배 여사를 생각하는 문 대통령의 '애틋한' 마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특히 이제껏 6월 항쟁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내 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그동안 이후 민주화 현장을 지키며 '유월의 어머니'로 불린 고인의 별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과 배 여사는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인연을 쌓아왔다.
우선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는 배 여사와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부 씨가 문 대통령 부부의 옆자리에 앉았다.
당시 문 대통령과 배 여사는 기념식 종료 직전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가요인 '광야에서'를 함께 불렀다.
2018년에는 문 대통령이 고(故)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과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는 자리에 배 여사가 함께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2020년 6월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훈·포장을 주며 배 여사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시 행사를 언급하며 "훈장 수여식의 의전을 경찰의장대에 일부러 맡겼는데, 우연히도 경찰의장대 의경 중 한 명의 이름이 이한열이었다"라고 떠올렸다.
박종철 열사가 숨을 거둔 509호에 꽃이 매달려 있던 이 행사에서 배 여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고 회고한 탁 비서관은 "그방 창문에 걸어놓은 붉은 꽃 때문이었을까"라며 "그날의 기념식과 사진을 찾아 둔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빈소에 도착하자 빈소에 있던 100여 명의 조문객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입구에서 조문객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한 뒤 곧장 영정사진 앞으로 가서 헌화와 분향을 했다.
고인이 또 다른 아들이라고 불렀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조문 후 평소 고인과 인연이 깊었던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유족들과도 인사했다.
이들은 "(생전에 고인의) 얼굴이 밝았고, '내일 보자' 하고 헤어졌는데 아침에 (별세) 소식을 들었다"며 울먹였고, 문 대통령은 "다시 회복되셨다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배 여사는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8일 다시 쓰러진 끝에 조선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유가협 유족들은 "이렇게 아픔을 어루만져주신 대통령, 항상 최고입니다"라며 감사를 표하자 문 대통령은 "제가 당연히 와야죠"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유족은 문 대통령에게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유공자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틀 연속 문 대통령이 '조문·애도 행보'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에는 평택 공사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3명의 합동영결식에 참석했다.
합동영결식 참석이나 빈소 조문 모두 사전 공지가 되지 않은 채 문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심에 따라 이뤄졌으며, 특히 영결식장에서는 별도의 조사도 하지 않는 등 '의전'이 최소화됐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민주화 유공자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계층을 더 예우하겠다는 국정철학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jpark@yna.co.kr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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