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눈폭풍이 병원 압도”... 뉴욕, 항생제 사는데 1시간 줄서
약사·상비약 부족해 일상 마비… 시티銀, 백신 미접종자 해고키로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시 시내 대형 약국 CVS. 치과 치료 후 처방받은 항생제를 사러 갔더니 약사가 “1시간쯤 기다리라”고 했다. “조제약도 아니고 항생제만 담아주면 되는데 왜 그리 오래 걸리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약사 2명이 다 병가(病暇) 중이어서 혼자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일이 요즘 미 상점과 식당⋅병원⋅학교⋅은행⋅관공서⋅공항 등에서 속출한다. 감염력이 센 코로나 새 변이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되자 확진자가 전례없이 쏟아지면서 일상생활이 마비되고 있다. 기사 결근으로 스쿨버스가 안 오고, 승무원 집단 감염으로 적잖은 항공편이 결항되고,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이 아수라장이다.
7일 기준 미국의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2주 전보다 3배 넘게 증가한 64만8211명으로 팬데믹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연말연시 뉴욕의 화려하고 활기찬 분위기는 증발한 지 오래다. 기업들의 ‘다시 재택근무’와 관광객 감소로 시내 통행 차량도 줄었다.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거의 문을 닫았다. 사람이 몰리는 곳은 코로나 검사소뿐이다.
처방약을 기다리는 동안 감기약 코너에 갔다가 또 놀랐다. “코로나인지 아닌지 몰라도 몸살로 꼼짝할 수 없으니 제일 센 감기약을 사다 달라”는 이웃 부탁으로 약을 사려 했는데, 감기약 매대 양쪽이 텅텅 비어있었다. 남은 건 기침 진정용 사탕 정도였다. ‘코로나 검사 키트 품절’이란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여기도 없어, 큰일 났어”라며 울상을 지었다.
오미크론 독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확진자 숫자의 후행 지표인 하루 평균 입원 환자 수는 미국 전체에서 2주 전보다 72% 늘어난 12만명을 넘겼고, 사망자도 11% 늘었다. 특히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5세 미만 유아의 중증 감염률이 한 달 전의 2배로 폭증했다. 뉴욕시 초중고교생의 코로나 양성률이 13% 치솟으면서 등교 인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CNN은 “바이러스 눈폭풍이 병원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미 연방정부나 뉴욕 등 대도시는 기존과 같은 경제 봉쇄나 학교 봉쇄는 없다는 입장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고통스럽더라도 사회가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 보급 확대를 위한 극약 처방이 나오기도 한다. 미 3대 은행인 시티그룹은 7일 “백신을 맞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월가에서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등이 백신 접종 거부자의 사무실 출근을 금지한 적은 있지만 해고 방침까지 나온 건 처음이다.
각 산업 현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노동 인력이 급감하면서, 미 실물 경제가 좋다고 할 수 없는데도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가깝게 떨어졌다. 미 노동부는 지난 7일 12월 실업률이 11월(4.2%)보다도 감소한 3.9%라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고용이 늘었다”고 자축했지만, 기업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란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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