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멸공' 재벌, 거의 윤석열 수준" 후 정용진·윤석열 공감 행동(종합)
"윤석열 수준"에, 尹, 이마트서 '멸·콩' 쇼핑
정용진, 대게 먹으며 "다음엔 멸치와 콩 요리"
정치권에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멸콩’ 폭탄이 떨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인스타그램 글에 ‘#멸공’(공산주의자를 멸한다)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을 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난하면서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하자,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공’과 발음이 비슷한 멸치와 콩을 샀기 때문이다.
◇정용진, 작년 11월 피자 먹은 뒤 親與 네티즌 반발 시작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멸공’ 단어를 넣은 게시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한 피자집의 기념품인 붉은 색 지갑을 든 사진을 올리고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ㅠㅠ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라면서 ‘#난공산당이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런데 이 글에 친여(親與) 성향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쓴 글’이라는 해석이 붙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더 적극적으로 ‘멸공’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6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들어간 기사를 캡처하고 ‘#멸공’이라고 썼다. 논란이 되자 정 부회장은 해당 글을 지운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련 게시물을 올리며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 글에는 ‘#나는 개인이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그런데 지난 5일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고 쓴 글이 삭제됐고, 정 부회장이 항의한 끝에 인스타그램이 복원하면서 화제가 됐다.
◇조국 “윤석열 수준” “일베 놀이”…정용진 “이분 진짜 #리스팩”
정치권에 ‘멸공’ 논란을 가져온 것은 조국 전 장관이다. 그는 지난 7일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썼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지난 8일 조 전 장관의 이 글을 캡처해 올리고 “#리스팩”이라고 썼다. ‘리스펙’은 존경한다는 영어 단어 리스펙트(respect)를 힙합 뮤지션들이 상대방의 랩을 듣고 실력을 극찬하면서 쓰는 말이다. 정 부회장은 반어적인 표현으로 ‘리스팩’이라고 쓴 것으로 해석된다.
때마침 윤석열 후보가 나섰다. 그는 8일 낮 12시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 이수점을 찾아 장을 봤다. 윤 후보가 카트에 넣은 품목은 여수멸치와 약콩 등이다. 그는 장을 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앞 글자만 따면 ‘달·파·멸·콩’이다. ‘달파’는 문재인 대통령 강성 지지층인 ‘문파’를 가리키고, ‘멸콩’은 멸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정 부회장이 호응했다. 그는 같은 날 저녁 영덕 대게와 꽃게탕, 낙지볶음 요리를 먹는 사진을 올리고 “다음엔 멸치와 콩으로 맛나는 요리를 구상해 봐야겠다”고 썼다. ‘대게’에 대해선 ‘대깨문(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어시장을 찾을 때마다 대게를 양 손에 들고 사진을 찍곤 했다.
윤 후보와 정 부회장의 협공에, 조 전 장관은 9일 트위터에 “국힘(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의 ‘달-파-멸-콩’ 일베 놀이. 뿌리가 어디인지 보여준다”는 글을 섰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이 글을 캡처해 올리고 “이분 진짜 #리스팩”이라고 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글에 코로나를 박멸하자며 ‘#멸코’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공산주의자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코뮤니스트(communist)’를 의도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넘버원 노빠꾸(no back)’ 글씨가 꽂힌 케이크 사진을 올리고서도 “좌우 없이 다같이 멸공을 외치자”고 했다.
◇野 나경원 “멸공! 자유!” 與 김성주 “나는 ‘콩산당’이 싫어요”
‘멸·콩’에 국민의힘은 적극 동참했다. 후보 경선에서 경쟁자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가족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아침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라고 물었다. 이 게시물에는 최 전 원장이 달걀말이, 파가 들어간 맑은 국, 멸치 볶음, 콩 자반 등의 반찬으로 아침상을 받는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인스타그램에 ‘#달걀’, ‘#파’, ‘#멸치’, ‘#콩’이라고 적은 것을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인스타그램에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멸치, 콩, 자유시간 그리고 토요일 야식 거리 국물 떡볶이까지”라며 “멸콩! 자유!”라고 적었다. 김진태 전 의원도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을 구입했다(문파멸공)”이라며 “저도 오랜만에 한번 외쳐보고 싶다. 다 함께 멸공 캠페인 어떨까”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 부회장을 일제히 비판했다. 민형배 의원은 이날 윤 후보를 향해 “겉 목적은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점검이라는데, 속 목적은 암호를 잘 접수했다는 인증샷 같다. 중국 공산당을 모욕한 정 부회장을 응원한다는”이라며 “이번 기회에 아주 정용진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시지 그러냐”라고 했다.
김성주 의원은 윤 후보가 정 부회장의 ‘멸공’ 구호에 감격했다면서, “이미 지구상에서 ‘멸’종된 ‘콩’까지 소환하려고 애쓴다”고 썼다. 그는 “나는 ‘콩산당’이 싫어요”라고 쓰기도 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1968년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이승복군이 한 말이다. 이 말에 격분한 간첩은 이군과 가족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박영선 “소상공인 마음 생각해봤나” 이준석 “억지로 흉봐”
소상공인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직속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9일 페이스북에 “어느 대선 후보의 특정 대기업 장보기의 그늘”이라며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마음은 생각해봤을까”라고 적었다.
윤 후보가 전통시장이 아닌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다고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윤 후보의 이마트 방문 소식을 알리면서 “(윤 후보가)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문제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후보는 대형마트에 방역패스가 적용되기 하루 전인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부터 ‘마트 갈 자유’조차 제한된다. 외식 제한은 물론이고, 장을 봐 집에서 밥도 해먹을 수 없게 하는 조치는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박 전 장관은 신세계·이마트와 본인 치적 사업으로 콜라보(협업)까지 했으면서 (윤 후보가) 멸치와 콩 좀 샀다고 억지로 흉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또 “이마트 가서 장 보는 일반 시민들은 소상공인 마음을 생각 안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박 전 장관이 중기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6월 “신세계와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기사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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