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에이전트·거포 노장 파워 '상상 이상'
[경향신문]
리코 스포츠에이전시 이예랑 대표
남다른 협상력으로 사실상 ‘전승’
수요·공급 ‘힘겨루기’ 패턴 변화
30대 중반 야수인 김재환·나성범
펀치력 무기 앞세워 대박 터트려
NC ‘돈싸움’도 무시 못할 변수로
이번 겨울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훗날에도 자주 조명될 가능성이 큰 것은 총액 989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메시지를 남긴 시장이었다. 향후 스토브리그의 방향을 예고하는 이정표 같기도 했다.
■ 전승 향하는 슈퍼 에이전트
지난해 말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두산과 LG가 잔류 협상을 벌여야 하는 ‘S급 FA’는 3명이었다. 두산은 김재환·박건우, LG는 김현수 잔류라는 만만찮은 숙제를 안고 있었다.
하나의 작은 시장이었다. ‘시장가’는 수요와 공급의 움직임으로 결정된다. 잠실을 함께 쓰는 두 구단으로 ‘시장’을 좁혀보자면, 이번 겨울 FA 수요자는 두산과 LG 둘이고 공급자는 선수 셋이었다. 그러나 세 선수의 협상 창구가 한 곳이었다. 이미 프로야구 시장의 슈퍼 에이전트로 떠올라 있는 리코에이전시의 이예랑 대표가 잠실구장 양 구단을 오가며 소속선수 셋의 협상을 주도했다. 특정선수 협상에 주안점을 두는 양 구단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와 세 선수의 협상을 모두 꿰뚫고 있는 에이전시의 정보가 달랐다. 정보싸움에선 ‘불공정 게임’이 불가피했다.
이번 겨울, 리코에이전시는 FA 신청을 한 해 미룬 서건창(LG)을 제외하면 소속 선수 협상에서 거의 전승에 가까운 게임을 이어갔다. 슈퍼 에이전시의 탄생으로 FA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수적 힘겨루기도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 30대 FA의 도깨비방망이
FA 시장을 통해 NC에서 KIA로 이적한 나성범은 1989년생, 한국 나이로 34세다. 그는 6년 계약에 역대 최고액인 150억원에 사인했다. 나성범보다 1살 많은 김재환은 두산과 4년 총액 115억원에 잔류 계약했다.
30대 중반 야수의 초장기 또는 초대형 계약은 리그 통념과 어울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것은 거포에 대한 리그 전체의 목마름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외국인 타자 시장에서도 거포를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이들은 국내 리그에서 한 시즌 홈런 30개 이상을 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거포로 독점적 지위에서 협상이 가능했다. 수비력과 기동력이 떨어진 30대 중반 야수들이 입지를 키우는 유일한 길은 역시 타력이다. 멀리 날릴 수 있는 펀치력은 그중에서도 으뜸 무기다.
■NC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NC가 2014년 리그 9번째 구단으로 1군 무대로 올라온 뒤 시장은 알게 모르게 달라져 있다. NC가 나서면 ‘돈싸움’에서는 지지 않는다는 말은 업계에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이번 겨울 나성범을 놓친 것도 돈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간 제시액은 KIA의 제시액보다 많았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NC는 대체 외야수로 박건우와 손아섭을 잡는 순발력도 보였다.
NC는 최근 몇년 사이 FA 시장 물밑 움직임이 가장 많은 팀이기도 하다. 1년 전 겨울에는 허경민(두산)과, 이번 겨울에는 박해민(LG)과 협상에 나서 거래 성사 여부를 떠나 실질적인 행동이 가장 잦은 팀이다. 구단 단위로는 FA 시장에서 가장 변수가 되고 있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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