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중정원 만드는 '건축로봇'이에요
[경향신문]
스위스 AI 로봇, 올봄 건물 완성
작업 속도·조립 품질 향상 효과
올봄 인공지능(AI) 로봇이 지은 탑 형태의 공중정원이 스위스에서 선보인다. 제조업 공장뿐만 아니라 대형 건축물을 짓는 작업장에서도 사람 대신 로봇이 일을 하는 시대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최근 과학전문지 뉴아틀라스 등은 취리히연방공대 연구진이 개발한 AI 로봇이 스위스 추크주의 한 공원에 올해 봄까지 세울 공중정원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공중정원 높이는 무려 22.5m다. 깔때기처럼 생긴 나무 소재의 오목한 대형 구조물 5개가 서로 다른 높낮이로 서 있도록 지어진다. 나선형 계단을 연상하게 하는 디자인이다. 깔때기에는 수목을 심을 예정이다. 이 공중정원의 이름은 ‘세미라미스’이다. 고대에 공중정원을 만든 바빌로니아의 여왕 이름을 땄다.
세미라미스가 제대로 건설될지는 견고한 조립 여부에서 결판 난다. 깔때기마다 나무 패널이 적게는 51개, 많게는 88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력을 이기며 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선 깔때기의 부품 격인 패널이 반영구적으로 서로 꽉 물려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조립에 사람이 아닌 AI 로봇 팔을 썼다. 인터넷에 공개된 작업 영상을 보면 AI 로봇 팔 4대가 각자 나무 패널을 하나씩 들고 춤추듯 최소 동선을 그리며 특정 지점에 모인다. 그리고 서로 패널의 모서리를 오차 없이 맞춘다. 사람은 모서리에 접착제를 바르는 일만 하면 된다.
AI 로봇 팔은 패널을 옮길 때에는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다가도 모서리끼리 근접해 정밀한 작업이 필요할 때에는 동작 속도를 확 줄여 실수가 없도록 한다. 작업 속도는 빨라지고, 조립 품질은 높아지는 효과를 낸다.
연구진은 로봇 팔 4대가 바삐 작업해도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제작했다. 사람끼리는 동선이 엉키는 일이 흔하지만, 로봇 팔 사이에선 그런 일이 없도록 했다. 연구진은 “세미라미스는 디지털 기술로 건축과 제작 기법을 발전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