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우주 지뢰' 2000개..지금도 지구 향해 돌진 중!
[경향신문]
“6개월14일 후입니다.”
미국 대학에서 천문학을 연구하는 랜들 민디 교수(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런스)는 어느 날 밤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자축 파티의 흥겨움도 잠깐, 혜성의 예상 궤도를 계산하던 이들은 일순간 얼어붙는다. 혜성은 지구와 충돌할 것이고, 남은 기간도 6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두 연구자는 대통령을 만나고,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하며 백방으로 뛴다.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대통령은 혜성을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재료로 삼는다. 기업가들은 혜성에 엄청나게 많은 광물이 있다며 요격 계획을 무산시키는 황당한 일까지 벌인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얘기다. <돈 룩 업>은 혜성 충돌을 실존하는 궤멸적인 위협으로 묘사했다. 파국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도 절박한 대응을 하지 않는 인류를 꼬집기 위해 선택한 소재다. 우리는 기후변화에도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영화적 설정이긴 하지만, 우주를 떠도는 큰 물체가 지구로 떨어지는 일은 언제든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혜성과 함께 그런 우주 물체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소행성이다. 행성이 되지 못한 부스러기가 언제든 지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름 1㎞ 거대 소행성 ‘1994PC1’
오는 19일 지구 193만㎞까지 접근
충돌 가능성 없지만 과학계 주목
2013년 러시아 사태 재현 땐 ‘섬뜩’
■ ‘63빌딩 4배’ 소행성 접근
그런데 다음주에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일이 일어난다. 지름 1㎞로 63빌딩 4배 크기인 ‘1994PC1’이라는 이름의 소행성이다. 오는 19일 오전 6시51분(한국시간) 지구에서 193만㎞까지 다가온다. 달과 지구 거리의 5배다. 이 정도 거리는 사실 ‘충돌 위기’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우주가 드넓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마냥 먼 거리 또한 아니라고 과학계는 평가한다. 1994PC1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일은 대략 60만년에 한 번 일어난다. 1994PC1 소행성처럼 지구에 약 750만㎞ 이내로 접근하고, 지름이 140m 이상인 소행성을 과학계는 ‘잠재적 위협 소행성(PHA)’이라고 부른다. PHA는 현재 2000여개다.
1994PC1이 지구와 충돌하진 않겠지만, 모든 소행성이 ‘다행스럽게’ 지구를 지나쳐주는 건 아니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하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지름 17m짜리 소행성이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공장과 주택 7000여동이 부서졌고, 1000여명이 다쳤다. 지름 1㎞짜리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나라 몇 개가 지도에서 즉시 사라지는 것은 물론 소행성이 지상과 부딪칠 때 대기로 떠오른 먼지 때문에 전 지구가 빙하기에 빠진다. 생태계가 끝장나는 것이다.
■ 소행성 날아들어도 속수무책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확실시된다면 인류는 뭘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 미국 영화 <아마겟돈>처럼 특공대를 보내 소행성에 폭탄을 묻는 건 아직 상상일 뿐이다. 핵미사일을 쏘자는 의견도 있지만 소행성을 완전히 부술 수 있을지, 방사능이 지구를 덮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미국 UC샌타바버라 연구진은 최근 금속 막대기 여러 개를 미사일에 탑재한 뒤 소행성에 총알처럼 퍼붓자고 제안했다. 금속 막대기를 맞은 소행성이 치명적인 ‘관통상’을 입고 산산이 부서질 거라는 기대다.
좀 더 부드러운 방법도 고안되고 있다. 빛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흔드는 것이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큰 거울을 우주에 띄운 뒤 소행성 표면에 햇빛을 집중적으로 반사시켜 그 반작용으로 소행성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도 과학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고출력 레이저를 발사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인공물체 충돌시켜 궤도 변경”
NASA 실험 결과 올 9월 확인
■ ‘직접 충돌’ 성공 여부 주목
하지만 가장 현실성 있는 대책은 인공 물체를 소행성에 충돌시켜 비행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용이한 데다 궤도 수정 효과도 신속히 나타나서다. 문홍규 책임연구원은 “소행성을 막으려면 충격을 소행성에 직접 전하는 게 가장 손쉽다”며 “거울로 햇빛을 소행성에 비추는 식의 방법은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지만, ‘충돌’은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이 진짜 가능한지 인류는 확인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중소행성 경로 변경 실험(DART)’이라는 임무를 띤 우주선을 쐈다. 중량 620㎏인 DART 우주선을 올해 9월에 지름 160m짜리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시킨다. 실험이 성공하면 인류는 소행성으로 인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의 기초를 닦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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