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내고 못 타는' 서울 버스 대폭 늘었다
[경향신문]
새해부터 18개 노선 418대로
운행 확대에 기사들은 “환영”
잔액 부족 등 돌발 상황 걱정
교통 약자 불편 가중 우려도
“우리 버스는 ‘현금 없는 버스’ 시범운행 노선입니다. 교통카드를 미리 준비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울시가 ‘현금 없는 버스’ 시범운영 노선을 확대한 지 일주일이 지난 8일 서울 시흥대교에서 도봉산역광역환승센터 방면으로 가는 150번 버스에 안내방송이 나왔다. “현금 내는 사람이요? 오늘은 없었어요.” 종점에 도착한 버스 기사 김충식씨(61)가 ‘교통카드 전용버스’ 문구가붙은 안전문을 밀고 나오며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현금 없는 버스’ 시범운행을 18개 노선 418대 버스로 늘렸다. 지난해 10월 8개 노선 171대 버스를 대상으로 시작한 시범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현금을 내는 버스 승객이 감소하면서 현금요금함 수익 대비 관리비용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버스 기사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김씨는 “아직 불만을 크게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잔돈을 거슬러주거나 (종점에 도착해) 현금요금함을 갖고 내리지 않아도 돼 편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운행에 4개 노선이 포함된 현대교통의 배차원 A씨(64)는 “승객이 돈을 몇백 원 적게 내면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운데 나중에 서울시에서 정산이 안 맞다고 컴플레인할 수 있어 기사들이 곤란했다”면서 “이제 기사들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현금 없는 버스’에 따른 만일의 경우를 우려한다. 지난 8일 오후 130번 버스를 타고 수유역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강영근씨(66)는 “(선불교통카드에) 돈이 남아 있는 줄 알고 탔는데 찍어보니 액수가 모자라 현금을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이모씨(67)는 “근처 사는 노인들이 버스 타기 전에 1만원짜리 지폐를 잔돈으로 바꿔달라고 오기도 하는데 그걸 없애면 어떡하냐”며 “나도 카드를 안 가지고 버스를 타는 날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8년 1.25%였던 현금 승차 비율은 2020년 0.83%로 줄었다. 2020년 서울 시내버스 현금 수입은 109억원이었으나 현금 승차를 위한 유지 및 관리비용은 20억원에 달했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버스정책팀 관계자는 “서울시 정류소 중 85% 이상은 200m 반경 내에 (교통카드를 구매하거나 충전할 수 있는) 편의점이나 가판대, 지하철 역사가 있어 ‘현금 없는 버스’ 확대는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이 아닌 대중교통의 공공성 측면에서 ‘현금 없는 버스’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현금을 쓰는 사람들은 소수지만 주로 교통 약자에 해당한다”며 “현금요금함 유지 비용과 소수의 권리를 비교했을 때 후자의 가치가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과 호주 등 외국이 대중교통에서 여전히 현금을 받는 것도 공공성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버스에서는 현재 현금 이용자에게 전용 계좌번호로 요금을 보내도록 안내하고 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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