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개발 공약'..부동산 시장 '대선 리스크'

송진식 기자 2022. 1. 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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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신규택지 확대”
윤석열 “GTX 3개 추가”
상승 꺾인 집값 자극 우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동산 공약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최근 폭등세가 진정된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는 신규택지 지정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윤 후보는 1기 신도시 전면 재건축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3개 추가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각각 ‘공급확대’ ‘교통망 확충’을 취지로 내세운 공약이지만 구체성이 없는 상태에서 설익은 개발호재로 인식돼 집값만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부동산원의 1월 첫째주(3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시계열자료를 보면 서울·수도권·전국 기준 매매가격 상승폭은 모두 0.03% 수준으로 전주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불과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0월 넷째주와 비교하면 주간상승률이 5분의 1~9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거래는 줄고 매물이 쌓인 결과로 부동산 업계는 분석한다. 전세가격 상승률도 전국 대부분 지역이 하락했다.

매매·전세시장 모두 급등세를 멈추고 간신히 안정되는 추세지만 여야 대선 후보들은 잇달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설 전에 신규택지 공급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신규택지 지정은 과거 정부 내 ‘검토설’만 돌아도 해당 지역과 인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3기 신도시 추가 후보지로 경기 광명·시흥 일대를 지목했을 당시 하룻밤 사이 억 단위로 호가가 뛰는 등 시장이 크게 동요했다”며 “벌써부터 서울 육군사관학교 부지, 김포공항 부지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총 47만가구(수도권 20만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을 위한 지구지정을 예고했고, 서울 등 도심에서 추가로 10만가구 공급을 위한 후보지 발굴도 계획한 상황에서 굳이 대선 후보가 신규택지 공급안을 꺼내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가 거론할 신규택지에 대해 사전투기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될 경우 이 후보에게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가 제시한 1기 신도시 전면 용적률 상향 및 GTX 추가 건설도 부동산 폭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대부분 용적률 상한에 가깝게 이미 아파트가 건설돼 재건축으로는 공급효과도 크지 않고, 집주인들의 비용 부담도 높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법정 용적률을 일제히 높여 재건축붐을 조성한다는 게 윤 후보의 공약이지만 그 자체로 집주인들에 대한 전례 없는 특혜인 데다 1기 신도시 전체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 우려가 있다.

GTX 추가 건설의 경우 이미 기존 GTX 계획 당시 광명·의왕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바 있고, 재원이나 향후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후보가 직접 체험한 뒤 “GTX에 넣겠다”고 공언한 김포지역의 경우 지난해 일명 ‘김부선 논란’ 끝에 기존 GTX-A 노선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이미 결론을 낸 곳이다.

업계 전문가는 “김포도 결국 운영 적자 우려 문제로 GTX가 안 됐는데, 이보다 적자가 훨씬 많을 이천·여주 등 수도권 외곽지역까지 GTX를 확대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그간 GTX 호재와 무관했던 외곽지역까지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있고,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한 지역과의 격차 등 부작용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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