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발 '멸공', 정치권 공방 점화

유설희·박광연 기자 2022. 1. 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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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호응하는 ‘색깔론’ 전략을 펴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 사진)와 나경원 전 의원(가운데), 김연주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부대변인이 지난 8일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시스템(SNS) 올렸다. SNS 화면 캡처
이마트서 멸치·콩 든 사진
윤석열, SNS에 올리자
나경원·김연주·최재형 등
잇따라 ‘멸공 챌린지’ 가세
여당 “지지율 노린 색깔론”
“윤석열 수준” “인식 천박”
정 부회장 겨냥한 비판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촉발한 ‘멸공’(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 논란이 9일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선 후보,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멸치·콩을 사는 사진을 올리며 ‘멸공 챌린지’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가 지지율 반등을 위해 때아닌 색깔론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 동작구 사당동 소재 이마트 이수점에 방문해 약콩 등을 구입하는 사진을 올렸다. 게시물에는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렸다.

이날 윤 후보 공약 플랫폼인 윤석열 공약위키의 ‘국민이 묻고 AI 윤석열이 답하다’ 코너에는 유권자 질문에 AI 윤석열이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윤석열은 이마땡(이마트)에서 주로 장을 본다.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다”고 답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마트가 신세계그룹 계열사이고, 달파(달걀·파)는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이르는 속어)를 연상시킨다는 점, 멸콩(멸치·콩)은 멸공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멸공’ 논란을 주도한 정 부회장을 지지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5일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라고 적으며 ‘멸공’ 해시태그를 붙였다. 이후 인스타그램이 폭력 및 선동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게시물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멸공’ 발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은 시스템상 오류로 삭제됐다며 게시물을 복구했지만 정 부회장이 이후 “난 공산주의가 싫다”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라고 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윤 후보를 필두로 국민의힘에서는 멸공 챌린지가 시작됐다. 나경원 전 의원은 8일 SNS에 이마트에서 여수멸치, 약콩, 자유시간 등을 구입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밖에 없을 텐데”라며 “멸공! 자유!”라고 적었다.

김연주 상근부대변인도 SNS에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진을 올리며 “달파멸콩”이라고 적었다.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 “다 같이 멸공 캠페인 어떨까요”라는 주장까지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아침식사로 멸치, 콩 반찬을 먹는 사진을 올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윤 후보 지지율 반등을 위해 색깔론을 더한 멸공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영희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SNS에 “윤 후보의 ‘공정과 상식’이 망하자 ‘멸공과 자유’로 판갈이 중인 듯하다”며 “70·80년대 흑백TV 윤석열 검찰당 구호로는 안성맞춤”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주 의원도 SNS에 “윤 후보가 이마트 부회장의 ‘멸공’ 구호에 감격했나 보다. 이미 지구상에서 ‘멸’종된 ‘콩’까지 소환하려고 애쓰는구나”라고 공격했다.

정 부회장을 겨냥한 비판도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7일 SNS에 “21세기 대한민국에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적었다. 김태년 민주당 전 원내대표도 SNS에 “본인의 한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생각해달라”고 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8일 SNS에 “공산주의 아니 그것이 무엇이든 다른 집단을 멸망시키겠다는 천박함도 문제지만, 전쟁하려면 군인이 필요하다. 신세계 부회장 상속받은 정용진씨 면제죠?”라고 반문하며 정 부회장의 군 면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유설희·박광연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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