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아니면 男..'분열' 키우는 대선
[경향신문]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 파장 확산
심상정 “강화” 이재명 ‘갈팡질팡’
해결책 없이 ‘표’ 노린 구호만 가득
전문가들 “여가부 폐지 시기상조”
대선 정국에 ‘젠더 이슈’가 쟁점화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가족부 전면 폐지를 앞세워 반페미니즘 깃발을 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페미니즘 친화적인 유튜브 출연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이 ‘2030세대 남성’의 표심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여성들을 차별·배제하며 2030세대를 갈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세대 갈등뿐 아니라 ‘여성혐오 대선’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려 논란의 불을 댕겼다. 최근 2030세대에서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여가부 폐지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여가부를 저출생 관련 부처로 대체할 뜻도 시사했다. 그는 8일 SNS에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 이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 관련기사 3면
윤 후보는 과거에도 반페미니즘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지난해 8월 저출생 문제를 언급하면서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건전한 남녀 교제도 막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6일에는 SNS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글도 올렸다. 성범죄와 무고죄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젠더 갈등을 조장한 것이다.
이 후보는 페미니즘 의제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씨리얼’과 ‘닷페이스’에 출연하려 했다가 ‘페미니즘 편향 방송에 출연하면 안 된다’는 일부 주장을 받아들여 보류했다. ‘2030 여성 패싱’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7일 닷페이스에만 출연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엔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책으로 남자들을 역차별했다’고 주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SNS에 공유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김남국 의원은 7일 당 의원이 모인 SNS에 “왜 ‘젠더 갈등’에 후보를 올라타게 했는지 저희의 전략적 실수”라는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주권자를 가려가며 의견을 듣는 것은 옳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9일 배달·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국민반상회 행사를 하며 “거기(닷페이스) 한번 출연했다고 엄청나게 혼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여가부 개편안 방향도 불명확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이) 부분적으로 갈등을 일부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며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세부 개편안은 발표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8일 SNS에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를 확대 강화해서 성평등부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여성학자들은 여가부 폐지를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2020년 기준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보다 평균 31.5% 적게 번다.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6%에 한참 못 미친다. 권 대표는 “정치인들이 특정 집단을 혐오 대상으로 지목하고 표를 얻으려는 혐오 정치야말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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