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성가족부 폐지' 7자 공약, 남녀 갈라쳐 표 얻겠다는 건가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페이스북에 내걸었다. 아무런 부연 설명도 없이 단 7자뿐이었다.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던 자신의 공약은 물론 페미니즘 활동가 신지예씨를 캠프에 합류시켰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다. 그의 페북과 ‘남초’ 커뮤니티엔 지지 댓글이 이어졌고, 반대·비판 목소리도 같이 제기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후보가 공약을 바꾼 그날 밤 “우리 당의 TK 지역 득표율보다 20대 득표율이 더 높아지길” 바랐다. 20대 남녀를 갈라치기하고 젠더 갈등을 지펴 표를 얻겠다는 언행에 우려부터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의 새 공약은 여전히 모호하다. 그는 8일 ‘그럼 어떻게 할지’ 묻자 “더는 좀 생각해보겠다”고 답을 미뤘다. 선대위 대변인의 말이 ‘명칭 변경’인지 ‘새 부처 신설’인지 오락가락하자 윤 후보는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가족·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동·가족·인구감소는 여가부가 지금도 주도하거나 분담하고 있는 정책 현안이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때 ‘양성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고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는 공약에서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도 없이 ‘여가부 폐지’부터 불쑥 선언한 셈이다. 본인 실언과 가족 비리로 20·30대 지지율이 뚝 떨어진 대선판을 젠더 이슈로 흔들어보려는 것인지 묻게 된다.
여가부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한나라당이 요구한 ‘여성부’로 출범해 2005년 확대 개편됐다. 올해 1조4650억원(0.23%)의 예산이 배정됐는데, 한부모와 저소득층 아동 돌봄비가 60%를 넘고 청소년 보호, 성·가정 폭력, 경력단절 여성 지원 순서로 쓰인다. 95% 이상이 필수 사업에 쓰이는 것이다. 여가부는 호주제·성범죄 친고죄 폐지를 주도하기도 했지만,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는 권력형 성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비판받았다. 1995년 유엔의 성평등 선언을 모토로 90여개국에 여성 전담 부처가 설치돼 있다. 없애고 보자는 접근은 문제 해결의 정도가 아니며, 오히려 갈등만 키울 뿐이다.
한국 사회를 옥죄어온 지역갈등의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치가 이번엔 20대 남녀의 반목·분열을 조장하려는 것인가. 대선은 국정 방향을 놓고 치열히 경쟁하되 사회통합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여가부는 실사구시적 자세로 그 역할을 짚고, 성평등·돌봄과 약자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과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 젠더를 불쏘시개 삼아 선거를 치르려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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