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휘말릴라..이재명, 여가부 폐지론에 "한쪽 편들면 안 돼"

심우삼 2022. 1. 9. 20: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기성 세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특히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2030세대가 꼽히는 상황에서, 이른바 '이대남'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가부 폐지 주장에 섣불리 반대했다가 '젠더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대선]2030남성 반페미니즘 정서 의식
정면 비판 대신 수위 조절 나서며
'젠더 갈라치기' 비판 입장 밝혀
민주당, '여가부 폐지 주장'에
정치적 의도 의심.."대응 안해"
'이대남 눈치보기 과하다' 지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거리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기성 세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에둘러 비판했다. 2030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젠더 갈라치기’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배달·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의 ‘국민반상회’에서 “성평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라 하지 말고,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전에 발표했다”며 “평등의 가치는 어느 영역에서나 중요하고, 어느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국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이 후보는 “기성세대 내의 페미니즘 문제는 상당히 타당성이 높은데 청년대 간에는 페미니즘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으면 내가 둥지 밑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됐는데, 그러한 극한적인 갈등 상황이 그들(청년)의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도 했다.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이대남 정서’를 의식해 젠더 논쟁에서 한발짝 비껴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강화’라는 7글자를 올리고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후보에게 지도자로서 자각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강력히 비판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민주당도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주장에 대해 사흘째 당 차원의 입장이나 논평을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런 모습이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추가 대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만 외쳤다는 점에서 젠더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보고 있다. 섣불리 대응에 나서 갈등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2030세대가 꼽히는 상황에서, 이른바 ‘이대남’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가부 폐지 주장에 섣불리 반대했다가 ‘젠더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갈등을 유발하면서 지지를 획득하는 방식의 정치는 지양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쪽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윤석열의 여가부 폐지와 심상정의 여가부 확대 논쟁은 그런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윤 후보가 페이스북에 7글자만 써서 생산적이지 못한 논쟁만 촉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다.

다만 그간 ‘여성의 권익 향상’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기조를 고려할 때, 당이 과도하게 이대남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대남의 표심이 과대대표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젠더 갈등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면, 대선 후보는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가부의 설립 취지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지막지하게 폐지하자는 사람도 문제지만, 눈치보고 회피하는 당의 태도도 당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심우삼 최하얀 기자 wu3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