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헤겔이 말한 해법, 탄소중립

2022. 1. 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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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ETRI 에너지환경ICT연구단장

"헤겔 죽어라. 이미 죽었지만 또 죽어라." 얼마 전 끝난 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의 최고 난이도 문제인 '헤겔 변증법' 지문을 접했던 수험생들의 트위터 내용 중 하나라고 한다. 결국 국어영역은 표준영역 최고점이 이제까지 치러진 수능 중 두 번째로 높아 역대급 난이도였음이 채점 결과로 나타났다. 필자는 공학도로서 철학을 대학 교양과목이나 읽기 쉬운 생활철학 정도로만 접했던 터이기도 하지만, 지문과 문제를 한 번 살펴봤더니 역시 난해하다는 독일 철학자답게 읽어나가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수능 지문에 실려있는 헤겔의 주장에 따르면, 절대정신은 절대적 진리인 이념을 인식하는 인간 정신의 영역을 가리키고 예술·종교·철학은 절대적 진리를 동일한 내용으로 하며, 다만 인식 형식의 차이에 따라 구분된다고 한다. 절대정신의 세 형태에 각각 대응하는 형식은 직관·표상·사유라는 것이다. 직관은 대상을 감각적으로 지각하는 지성이고 표상은 내면에서 심상을 떠올리는 지성이며 사유는 개념을 통해 파악하는 순수한 논리적 지성이라 얘기한다.

지문을 읽는 동안 필자는 미국의 심리학자 스턴버그(Robert Sternberg)의 삼원지능 이론이 머릿속에 오버 랩 되었다. 인간의 지능은 분석적 지능, 실제적 지능 그리고 창의적 지능이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어 작용한다는 이론이다. 인간의 정신이나, 생각, 지능에 대한 정의는 차이는 있지만, 헤겔과 스턴버그의 정신과 지능에 대한 얘기들은 철학에 문외한 입장에서는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SW 연구자는 인간의 학습·추론·지각·언어이해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각과 지능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완전한 전뇌 에뮬레이션(whole brain emulation)을 향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어찌보면 철학자가 내린 인간의 정신과 생각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해 새로운 인조인간을 창조하는 것이 연구자의 몫으로 보인다.

필자는 연구주제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와 환경에 생각을 담자" 라는 모토로 주로 정보통신기술 기반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분산 에너지 자원 간 연계 운영과 전력 중개 등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논리의 비약이 있을 순 있으나, 탄소중립에서 인공지능 활용 측면으로 몇 가지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물론, 인공지능의 활용은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에너지 효율화 분야가 아니더라도 사회 전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먼저, 분석적 지능을 보자. 주로 사물을 분석, 비교, 평가, 판단을 담당하는 분야이다. 필자는 에너지의 공급과 소비 정보, 탄소의 배출 정보들의 유의미한 룰과 패턴을 찾아내고 있다.

특히, 기존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통해 분석, 진단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여러 알고리즘을 결합(앙상블) 시키는 방법을 연구한다. 또한 전이학습(transfer AI)이나 제로샵(zero shot) 학습 방법 등도 활용한다.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최적해를 찾는 절차이다. 실제적 지능은 데이터의 실행이나 적용에 있어 블랙박스처럼 AI의 동작과 결과를 이해하고 해석해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인공지능(eXpainable AI, XAI)이다. 에너지나 탄소 정보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재화로 드러나지 않은 법칙, 전략 등을 가시화해 소비자와 기업들의 수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지능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기술의 협업을 통해 탄소 배출 전주기 요소들과 다양한 상황들을 모사하여 시나리오를 만들어 예측함으로써 제어나 통제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결국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서 백신 기술의 제공이 될 것이다.

헤겔의 절대정신, 스턴버그의 인간지능에 대한 정의는 결국 SW연구자의 원천적 솔루션일 것이다. 철학자의 심오한 말씀을 연구자가 프로그래밍을 통해 해를 구한다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오롯이 연구자의 몫이기도 했다.

철학자의 가르침은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능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지능화로 풀어내고 있고 결국, 필자에게는 탄소중립 디지털 엔진을 만들도록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공학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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