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칼럼] 인터넷 정치의 문법을 모르는 국힘

2022. 1. 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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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국민의힘이 '인터넷 정치 문법'을 너무 모른다. 캠프가 '정치적 어텐션(관심)'의 중요성에 무심하다. 세상은 변했는데, 선거 운동 하는 모습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 산업시대, 매스미디어 시대의 구태의연한 선거 운동을 한다. 윤석열 후보는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는데, 정작 중요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어텐션을 못 받거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후보가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고 변화의 각오를 밝힌 5일.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 국민의힘이 화상회의로 주최한 전국 청년 간담회 모습은 국민의힘이 인터넷 정치 문법을 얼마나 모르거나 무심한지 보여주었다. 윤 후보가 공지와 달리 스피커폰 통화로만 격려사를 하자 청년들이 반발했다. 그러자 주최측은 일부 참가자를 강퇴시켜 버렸다.

후보가 직접 참석이 어려워졌다면 휴대폰으로 줌에 접속해 대화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렵지 않다. 청년들의 관심을 소중히 생각했다면 캠프 실무진이 그 정도 대처를 못했을 리 없다. 게다가 강퇴라니, 청년을 모르고 인터넷 문화를 모른다. 그날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는 지지자들의 실망과 반대자들의 조롱이 들끓었다. 국민의힘이 청년들의 어텐션을 그리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여준 건데, 관심을 기울였다가 실망하게 되면 '강한 안티'로 바뀌기 쉬운 곳이 인터넷 세상이다.

이런 사례는 한 두 개가 아니다. 게임매체 '인벤'에 나간 윤 후보의 서면 인터뷰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청년들의 의견과 정반대되는 정책방향이 나와 게임 커뮤니티들이 윤 후보 지지철회로 시끌시끌했다. 경제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출연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나간 윤 후보와 잘 준비된 이재명 후보의 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계속 비교가 되면서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회 수가 윤 후보 영상은 322만 회, 이 후보 영상은 617만 회에 달한다. 국민의힘 캠프는 '안한 것만 못한 이벤트'를 남발하며 인터넷을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들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필자가 몇 년 전 책에서 인터넷 정치의 본질과 문법을 아래 몇 가지로 정리한 적이 있다('정치의 미래와 인터넷 소셜의지'). 첫째, 인터넷 정치는 '어텐션 정치'다. 볼 게 많고 할 거리도 많아 바쁜 시대다. 유권자의 관심이 가장 소중한 자원이며 권력의 원천이다. 2030의 지지가 필요하다면 그들의 관심을 소중히 여기고 찾아가야 한다. 거대담론보다 그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작은 공약들, 스몰볼식, 생활형 아젠다들이 관심을 받는 시대이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둘째 유권자들이 상시접속해 있는 '올웨이즈 온(always on) 정치'이다. 무엇이든 인터넷에서 빛의 속도로 빨리 전파되는 정치 환경이 됐다. '정치의 변동성'도 심해졌다. 판세가 며칠 뒤 어떻게 될지 모른다.

셋째 소셜 정치다. 명망가 중심의 정치에서 인터넷 네트워크 중심의 정치로 바뀌었다. 지역, 직업, 성별, 계층의 명망가를 영입해 그쪽 표를 대거 얻는 시대는 지나갔다. 개개인의 어텐션을 설득해야 하는 시대다. 여성운동가 신지예 씨를 영입한다고 여성표가 무조건 따라 오는 게 아니다. 반작용으로 20대 남성들만 관심을 반납하고 대거 이탈했다.

넷째 여론조작, 선동, 통제가 쉬워진 정치 환경이 되었다. 선친 묘소 퇴주잔 논란 등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견딜 수 없게 한 것들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이었다. 반 전 총장은 "당시에는 그것이 조직적인 댓글 조작에 의한 여론 조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는데('반기문 결단의 시간들'), 이런 여론조작이 언제든 등장할 수 있는 시대다. 항상 주시해야 한다.

최근 판세는 인터넷 선거의 문법을 잘 알고 적극 활용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한 모습이다. 지지율 하락 속에 혼란에 빠졌던 국민의힘은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하며 다시 출발했다. 이제 두 달. 양측 모두 인터넷 정치의 본질 중 하나인 '변동성'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이 상시 접속해 있는 정치 환경에서는 단 며칠 만에도 지지율은 급변할 수 있으니. 결국 이번 대선의 캐스팅 보트는 2030 청년층과 중도가 쥐게 됐다. 누가 이들의 정치적 어텐션을 획득할 것인가. 인터넷 정치 문법을 알아야 선거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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