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반갑다, 돌아온 '안철수 현상'

2022. 1. 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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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안철수가 돌아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자신과 가족들의 도덕성 문제로 곤란을 겪는 사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안 후보는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15%의 지지율을 얻어 이재명 후보(36%)와 윤석열 후보(26%)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 후보가 지지율을 조금 더 끌어올리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는 '이재명-윤석열-안철수 3파전'이 될 수 있다. 만약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손을 잡는다면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처럼 야당의 승리로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다. 안철수 후보의 급부상으로 '최악(最惡)을 피해 차악(次惡)을 뽑는다'던 20대 대선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안 후보에 대한 지지도 상승은 무기력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 윤 후보의 지지도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때 40%대 초반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급하락했다. 윤 후보는 제1야당의 대선주자로 선출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잦은 말실수와 가족 비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윤 후보가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의 명분이 퇴색해졌다. 최근에는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과 내홍을 겪으면서 내부 권력다툼에 치중하는 모습마저 보여줬다. 선거의 구심점이 흔들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활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안철수 현상'이 반가운 이유는 정권교체의 대안이 생겼다는 점이다.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은 50%를 넘는데, 윤석열 후보 지지도는 30% 안팎을 맴돌고 있다. 많은 유권자들은 "이재명 후보도, 윤석열 후보도 싫다"며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이번에는 투표하지 않겠다'는 정치 냉소주의도 퍼지고 있다.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 15%에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반드시 국민의힘 후보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즉,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에 실망한 중도층의 표심이 움직일 공간을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안철수 현상'은 이재명 후보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윤 후보와의 그만그만한 경쟁에서 탈피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성남 대장동 개발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해서 외면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가족 비리에 대한 의혹 제기를 통해 대선 후보에 대한 도덕성 기준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또 유권자층을 세분화하여 맞춤형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었다. 일부 공약은 상충했지만 어젠다를 나름 선점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안 후보의 부상은 도덕성이 여전히 중요한 이슈임을 상기시킨다. 이재명 후보는 이제 TV토론에서 윤 후보뿐만 아니라 안 후보까지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이재명-윤석열-안철수 3파전'이 3월 초까지 계속된다면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 윤 후보나 안 후보가 단독으로는 이재명 후보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두 후보의 지지층이 많이 겹치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경쟁상대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3%)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1%)의 득표 합(45.44%)보다는 적은 41.08%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윤-안 두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로 단일화를 해야만 승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안철수 국무총리가 현실화될 수 있다. 어쩌면 안철수 대통령-윤석열 국무총리가 더 좋은 그림일지도 모른다.

안 후보의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명으로 구성된 미니정당이다. 수권정당으로 면모를 갖추지 못했다. 현재 지지도는 안 후보 개인 인기일 뿐이다. 더구나 지표로서 여론조사는 언제나 변한다. 정당 조직의 도움 없이 미디어에 의존해서 선거 막판까지 지지율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이제 안 후보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선거대책위원회 재정비에 나서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여론(輿論)의 한자는 '다수 여(與)'가 아니라 '수레 여(輿)'를 사용한다. 옛날 위정자들이 수레를 타고 다니며 민심을 들었기 때문이다.

민심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위정자에게 언제나 등을 돌려왔다. 안 후보 역시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 지지율 15%는 '하룻밤의 꿈'에 그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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