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국회 통과 '초읽기'.. 131개 공기관 '발등의 불' [공운법 11일 본회의 처리]

박소연 2022. 1. 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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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 등 금융노조 조기배정 예고
처우·인사불이익 등 우려 목소리
한전 필두 에너지공기업도 주목
공운법 통과땐 하반기부터 적용

국내 공공기관들이 새해벽두부터 노동이사제 도입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들썩거리고 있다. 오는 11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유력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기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공운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131개 공공기관은 올 하반기부터 노동자 대표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 1명을 이사회에 포함해야 한다.

■"1월에 자리빈다" 금융노조 잰걸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노동이사제가 의무화되면서 금융권의 해당 기관은 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서민금융진흥원·한국주택금융공사 등 5개다. 기타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은 의무가 아니다.

공운법 개정안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는 올 하반기부터 시행이지만 일부 기관은 상반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비상임 이사 자리에 근로자 몫의 노동이사를 배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보 노조 관계자는 "오는 1월 말 두 명의 비상임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며 "노동이사제 시행 이전이지만 노조에서 추천하는 인물이 이 자리로 갈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신보 노동이사제가 조기에 도입되면 다른 금융 공공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캠코는 오는 2월에 1명, 4월에 2명의 비상임 이사 임기가 만료되고, 예보도 7월까지 3명의 임기가 끝난다.

정부가 내놓을 구체적인 지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재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노동이사의 자격요건, 직급, 처우 등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이 가이드라인이 노동이사 권한을 제약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를 환영한다"면서도 "대통령 공약사항이다보니 임기 말에 급하게 밀어붙인 감이 있다. 악마는 디테일(가이드라인)에 있을 수 있어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경영 투명성과 전문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 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는 "알다시피 금융 공기업엔 낙하산들이 많이 내려온다. 이들은 기관의 전문성을 해치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며 기관에 해가 되고 있다"며 "노동이사는 탁상행정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처우나 직급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기관 한 노조 관계자는 "노동이사를 역임하고 인사 불이익을 받는 지자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임 이사가 아닌 비상임 이사로 노동이사 자격이 정해지면서 연봉 수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공공기관 노조는 "비상임 이사 연봉이 3000만원이다. 직원 연봉의 절반 이하"라며 "이 수준으로 정해지면 노동이사로 갈 사람이 없다. 직전 직급과 같은 대우를 받는 등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공기업들 "법 개정되면 시행"

에너지공기업과 산업·환경 관련 공기업들도 국회의 노동이사제 도입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은 전임 김종갑 사장 시절인 2020년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 중 하나인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법 개정이 좌절되면서 묻히게 됐다. 한전은 "법 개정 이후 정부에서 후속조치가 나오면 그에 맞게 성실히 이행할 예정"이라며 국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전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뿐 아니라 다른 공기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 한전 자회사 직원은 "공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시행령과 세부사항을 확정하는 데 수개월 걸리는 만큼 추이를 보고 있다"며 "모기업인 한전을 비롯해 다른 공공기관의 추진 상황을 보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산업 관련 공기업도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한 환경 관련 공기업은 "대부분 공공기관이 아직은 분위기 파악 중"이라며 "공공기관은 법이 시행되면 따르는 것이어서 법제화가 명확하면 시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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