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 명품패딩 득템했다고 좋아하더니"..60만원만 날린 사연은

박나은,고보현 2022. 1. 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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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디지털소비 이용 급증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
작년 9월까지 12만건 최다
경찰신고해도 돌려받기 막막
서울 은평구에 사는 자영업자 이 모씨(56)는 최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패딩을 구매하려다 60만원을 날렸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생필품을 싼값에 샀던 기억이 있어 명품을 저렴하게 사려다 허위 매물에 속아 낭패를 당한 것이다. 직거래가 어려워 돈을 먼저 송금하면 제품을 택배로 보내준다던 판매자는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었다. 이씨는 "앞으로는 중고거래를 절대 안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이씨와 같은 중장년층의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중장년층의 이용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은 젊은 층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비교적 고가품을 거래하지만 온라인 소비 경험이 적다 보니 사기범이 가짜 물품을 거래하는 방식 등으로 사기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중고거래 사기는 대포통장을 활용하며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0·60대가 새로운 온라인 거래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세대별 디지털 소비 이용률 조사에서 50대는 2019년 29.5%에서 2021년 79.2%로 2.6배 뛰었고, 60대 이상은 2019년 5.6%에서 2021년 57.6%로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의 중고 물품 결제액 또한 자연히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2020년 온라인 중고거래 관련 카드 결제 규모는 전년 대비 37% 급증했다. 온라인 카드 결제 규모를 연령대별로 나눠 분석했을 때 중장년층이 온라인 소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연구소는 이들 소비자를 '액티브 시니어'로 규정지으며 "쿠팡,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종합 쇼핑몰에서 40대 이상 결제 규모 증가율이 30대 이하보다 1.8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수법이 점점 더 치밀해지면서 구매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고거래 사기 전력이 있는 판매자의 연락처를 공유하는 사이트 '더치트' 등이 있지만 중장년층은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이 모씨(60)는 "핸드백을 당근마켓에서 사려고 했는데 갑자기 가상계좌로 입금하라고 했다"면서 "혹시 몰라 아들에게 전화하니 사기라고 해서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까딱 잘못하면 사기를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를 빙자해 사기를 치는 물품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의류, 식품 같은 생필품부터 골프채, 핸드백 등과 같은 고가품까지 다양한 물품이 '미끼'로 활용되고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직장인 A씨(54)는 최근 "50만원짜리 골프채를 구매했는데 '1회 이체 후 수수료가 누락됐으니 재입금해 달라' '환불 금액이 안 맞으니 더 입금하면 환불해주겠다'는 등의 핑계로 여러 번 입금하게 만들어 350만여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이 접수한 중고거래 사기 피해 건수는 2020년 9월 말 12만3168건으로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피해 건수가 2014년 4만5877건이었던 것에 비해 3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피해 금액도 2014년에는 202억150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 2020년 9월 말에는 4.4배 폭증해 900억원에 육박했다. 문제는 중고거래 사기 피해를 입은 뒤 경찰에 신고해도 돈을 돌려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나은 기자 /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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