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2.5~3%까지 올려야" vs "자산시장 붕괴·이자급증 우려"[전미경제학회]

뉴욕=김영필 특파원 입력 2022. 1. 9. 18:07 수정 2022. 1. 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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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대응 통화·재정정책 수위 놓고 격돌
"통화정책 너무 느슨"
돈풀기 효과 없고 물가만 자극
12월 실업률 3.9%까지 떨어져
총수요 낮추기 외 선택지 없어
"급격한 긴축 반대"
美부채, GDP의 125%로 과도
금리상승땐 연방정부 부담 증가
코로나 확산으로 확장정책 중요
[서울경제]

개막일인 7일과 이튿날인 8일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의 핵심 주제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이었다. 참석자들은 전년 대비 6~7%를 넘나드는 물가는 용인하기가 어려우며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통화와 재정 지원책을 얼마나 조여야 하느냐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포문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가 열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이제 정치적 문제이며 지난해 12월 고용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3.9%까지 떨어진 만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총수요를 낮추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故)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얘기했던 대로 지금 통화정책을 바꿔도 효과가 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연준에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완화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준의 기대감을 “도박과 같다(a big bet)”고 표현하기도 했다.

적정 금리를 산출하는 방법 중 하나인 ‘테일러 준칙’을 만든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돈 지급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었는데 실질 소비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돈 풀기가 효과는 없으며 물가만 자극한다는 뜻이다. 그는 “테일러 준칙에 따른 기준금리는 지난해 말에 거의 2% 수준”이라며 “연준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매우 심각하다. 만약 올해 말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진다고 해도 연방기금 금리는 3%가 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올해도 물가 상승률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3~4%에 달할 확률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2%)를 두 배가량 웃도는 것이다.

욘 스테인손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상승하고 있고 수요가 서비스에서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수요 공급 불일치와 임금 인상 압력에 올해 물가가 3.5~4.5%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마다 0.25%포인트씩 2.5%가 될 때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긴축을 너무 과도하게 하면 안 된다는 반론도 나왔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금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여러 제약이 있으며 나는 중앙은행들이 과거에 비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제약은 △긴축을 반대하는 정치권의 압력 △자산 시장의 과도한 차입 △금리 상승 시 연방정부 부담 증가 △유동성 문제 등이다.

라잔 교수는 “자산 시장이 차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나스닥은 더 그렇다”며 “양적완화(QE)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국가 부채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지금 미국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25%이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이자 상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짚었다.

연준은 미 국채를 5조 5,000억 달러(약 6,622조 원)어치나 갖고 있다. 명목금리가 2.25%가 되면 국채 가격 하락에 손실을 입게 된다.

특히 회의에서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코로나 위기에 정부의 백신 투자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느냐”며 확장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서머스 전 장관은 “나의 친구 조(스티글리츠)가 신중한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그는 아직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실질금리는 -3%에 가깝다. 우리는 가장 느슨한 통화·재정 정책을 펴고 있으며 나는 앞으로 2~3년간 인플레이션에 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스티글리츠 교수가 “인플레이션과 전염병·코로나 이후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연준의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며 공급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응수하자 서머스 전 장관은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요소의 90%가 3.5% 이상으로 오르고 있다. 왜 이를 병목현상 때문만으로 분석하느냐”고 맞받아쳤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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