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블라인드' 했더니 특목고가 싹쓸이..서울대 톱30에 일반고 전멸

전형민 2022. 1. 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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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블라인드제도 실효성 논란
상위 30위권에 일반고는 '0곳'
영재고와 외고·자사고 독차지
69명 배출한 서울예고가 최다
일반고 비중도 해마다 감소세
2022학년 서울대 수시 최초 합격자를 조사한 결과 '상위 30위' 안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반고는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게다가 출신 학교 순위와 합격자 수도 지난해에 비해 별 변동이 없어 이른바 '고교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출신 고교 블라인드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등록을 마감한 2022학년 서울대 수시에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고교 상위 30곳에는 학교 유형별로 영재고와 외국어고가 각각 8곳으로 가장 많았다. 자사고(7곳), 과학고(4곳), 예술고(3곳), 국제고(1곳)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수시 최초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는 69명이 합격한 서울예술고다. 영재고인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가 56명과 48명을 합격시켰다. 자사고인 하나고는 수시합격자 41명을 배출했고 대전과학고(39명), 인천과학예술영재고(37명), 한국과학영재고(35명), 대구과학고(34명) 등 영재고가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외고 중에서는 대원외고(32명), 대일외고(29명), 명덕외고(19명)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다만 상위 30개교에 든 일반고는 없었다. 서울 상문고와 충남 공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가 각 10명으로 전체 순위 공동 32위를 기록했고, 서울고(9명)와 한민고(8명), 대륜고(7명)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서울대의 수시 선발 정원이 전년 대비 218명(8.34%) 줄었지만 영재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나 자사고 출신 합격자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나와 일반고 출신 비율이 2년 연속 감소했다는 점이다. 2020학년도에 50%였던 일반고 출신 비율이 2021학년도 48.3%, 2022학년도 46.7%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반고와 지방 학교를 위한 입학전형으로 알려졌던 수시전형조차 상위권 특목고 편중이 도드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자의 서류평가 단계부터 출신고 이름을 가리는 '고교 정보 블라인드'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순위나 합격생 수 역시 큰 변동이 없었다. 특목고의 교육과정이 개설 과목이나 세부 및 특기사항에서 일반고와 차별되기 때문에 출신 학교 정보가 사실상 노출되기 마련이라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반고 사이에서도 서울대 수시전형에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는 서울고·공주사대부고·상문고 등은 몇 년간 강세를 유지했다. 수시전형은 고등학교의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역량을 보여주는 척도인데 여전히 일반고 사이에서도 수시 지원을 잘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다수의 일반고에선 아직 서울대 수시에 대비하기 위한 심화 교과목 개설이나 다양한 학내 활동 지원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반고 출신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수시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 수 비율을 더 줄이거나 수시전형 중 교과전형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교육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시전형 중 오로지 내신만 보는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높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전형은 전체에서 90%에 달하는 일반고에도 동일한 기회를 준다"며 "현재 3대1 정도인 종합전형과 교과전형 선발 비율을 2대2까지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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