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감전사고 방지대책 내놨지만 실효성은 의문..'뒷북' 지적

윤보람 2022. 1. 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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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활선 폐지 2016년에도 약속..정전후 작업도 현실성 낮아
"전기공사업 요건 강화하고 부정행위시 즉각 퇴출해야"
고개 숙인 한국전력 임원진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임원진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 관련 대책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2.1.9 [공동취재]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한국전력(한전)이 9일 작업자의 전력선 접촉(직접활선) 작업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내놨지만, 위기 모면을 위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직접활선 작업의 원칙적 폐지는 이미 한전이 2016년 선언한 내용이어서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이 이번에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게 된 계기는 작년 11월 경기도 여주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근로자 김다운씨의 감전 사망사고다.

당시 김씨는 여주 시내의 한 전신주에서 전기연결 작업을 하다 고압전류에 감전돼 숨졌다.

이 작업은 한전의 안전 규정상 '2인1조'로 해야 했지만, 김씨는 혼자 10m 넘는 높이의 전신주에 올라가 작업하던 중 변을 당했다.

안전장비도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으며,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사고 발생 후 두 달여가 지나서야 언론에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자 뒤늦게 사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이번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한전 사장도 처벌받을 수 있다"며 공개 경고하고 나선 것도 한전 내부의 위기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안전관리 대책 내용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활선 작업은 감전사고 위험이 있어 이미 2016년 한전이 2021년까지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30%는 직접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30%를 완전히 퇴출하려면 비접촉 간접활선을 위한 신규 공법이 필요한데 공법 개발에만 수년이 소요되고 이와 관련한 인력 교육 등 부차적인 작업에도 시간이 걸린다.

결국 당장 감전사고 위험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인 대책인 셈이다.

정전 후 작업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작업을 위해 일부러 정전 조치를 하면 주변의 전기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감내하며 현장에서 작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전력이 끊기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산업체 입장에서는 더욱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전봇대 변압기 고장ㆍ사고(PG)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한전이 위험한 작업을 퇴출한다고 해도 실제 공사현장에서 이 원칙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전기공사업법 제3조에 따라 한전의 모든 전기공사(발전·송전·변전·배전)는 한전이 직접 하지 않고 면허를 가진 전기공사업체에서 시행한다. 예외적으로 한전이 직접 시행할 수 있는 작업은 재해 등 비상시 복구공사만 해당한다.

결국 한전이 세운 안전 원칙이 의미가 있으려면 직접 작업을 하는 협력업체가 이를 따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전은 이와 관련해 안전경영 예산을 늘려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교육과 안전관리비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협력업체들은 계약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을 안전관리비로 써야 하나 대부분 영세한 탓에 비용 절감을 위해 그만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태를 일일이 다 적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한전이 지원 예산을 늘린다고 해도 그것이 현장에서 실제로 적정하게 쓰이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기공사업 참여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고 진입 문턱이 계속 낮아지면서 영세 소규모 전기공사업체가 급증해 안전관리가 부실해졌다"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가 이뤄지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전 자료를 보면 전기공사업체 수는 2001년 1만321개에서 지난해 1만9천358개로 약 88%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위험도가 높은 전기공사업은 안전 요건 등을 강화해 진입 문턱을 높이고 부적정행위가 적발되면 바로 퇴출하는 등 강경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고 이미 발표했던 것이거나 시기를 앞당기는 수준"이라며 "정전 작업은 의미가 있으나 이 또한 구체적이지 않아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번 사고의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이므로 직접고용이 빠진 대책은 허울뿐인 대책"이라며 "한전은 조사 중이라는 이유를 대지 말고 유족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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