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집중력과 색채..편견 깨는 발달장애 예술가

이한나 2022. 1. 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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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특별전 '붓으로 틀을 깨다Ⅱ'
미술 재능·열정 돋보이는
43명 작품 100점 펼쳐
UN도 주목하는 전시
김정숙 여사 깜짝 방문
"희망과 위로 선물받아
사회가 더 관심기울여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지난 7일 열린 `ACEP 2022 붓으로 틀을 깨다Ⅱ` 프리뷰(사전 관람)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자세히 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나무 옹이는 일종의 상처다.

하지만 그 상처들 속에서 숨어 있는 밝은 봄 빛깔을 찾아낸 화가가 있다.

작가 이규재(23)의 그림 '봄을 기다리는 겨울 숲'에서 굵은 나무들은 하얀 눈 속에 갇혀 있는 신세지만, 알록달록한 옹이들이 마치 꽃처럼 활기차다.

그의 엉뚱하고 색다른 해석은 어쩌면 그의 상처(발달장애)에서 기인했을지도 모르겠다. 바다 파도 속에서도 단풍 나무 색깔을 보고 작품에 담는다.

이 건장한 20대 청년 화가에게 사람이나 동물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눈동자마저 그에게는 너무나 큰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나무나 숲과 같은 식물이나 풍경을 주로 그리는 이유다.

이 작가의 어머니 김은정 씨는 "어릴 때 종이와 볼펜을 발견한 순간부터 집중력이 강해 그림에 빠졌다"며 "고교 과정까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그림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예술가로 선발돼 자립에 도전하고 있다.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고 비채아트뮤지엄이 주관해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개막한 'ACEP 2022 붓으로 틀을 깨다Ⅱ…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초대전'은 관람객들의 선입견을 깨는 자리였다. 국내 발달장애 예술가 43명의 작품 100여 점이 '꿈' '열정' '우리 모두의 선물'이라는 세 부문으로 나뉘어 전시됐다. 이 전시를 공동주최한 김덕룡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은 "작품 수준이 너무 뛰어나 놀랐다"고 감탄했다. 전시를 기획한 전수미 비채아트뮤지엄 관장은 "이번 전시 작품은 화가와 관람객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소중한 선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한국발달장애인미술연합회 회장 겸 아트림 대표는 "10년째 부천역에서 발달장애 아티스트 전시를 열었는데 어느 날 방명록에 관람객 중 한 분이 '자살하려고 가던 길이었는데 그림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시 열심히 살아보기로 했다'고 쓴 것을 보고 시민들에게 용기와 꿈을 주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발달장애 작가들이 모여 평생학습 개념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아트림'을 부천역 인근에 만들었다. 김 대표의 아들 권한솔 씨(25)는 일반인과 함께 참가하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고양이 7마리와 함께 사는 일상을 꽃과 함께 그려낸 작품은 붓질이 또렷하다. 그림과 서예에 몰입해 부단히 익힌 덕분이다. 김 대표는 "아이의 정신연령이 세 살 정도라 표현 능력은 제한적이지만 다른 능력을 찾아 감사하다"며 "불안·강박이 있지만 한 번 집중하면 100호 넘는 대형 그림도 거뜬히 완성한다"고 전했다.

자폐성 발달장애인 이승윤 작가(26)는 동일한 사물도 일반인과 다르게 받아들여 마치 피카소의 입체파 같은 그림을 자연스럽게 그린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에 컴퓨터를 다루는 솜씨도 좋다고 한다.

공동체의 관심과 노력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느냐는 한 국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이번 전시는 장애인에게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도 유엔이 2020년 때처럼 전시회 진행 상황과 작가 인터뷰를 촬영해 공식 웹사이트 'UN Web TV'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김정숙 여사(왼쪽 셋째)가 7일 작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청와대]
7일 오후 김정숙 여사가 깜짝 방문해 작가와 부모를 격려했다. 전시작을 꼼꼼히 살펴본 김 여사는 "예술을 향한 꿈과 열정이 가득 담긴 작품들에서 희망과 위로를 선물받았다"며 "발달장애인들이 가진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사회공동체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더욱 다양한 예술 작품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유료 관람으로 진행돼 상업전시 성공에도 도전한다. 전시 작품은 물론 아트숍에서 작품 도록과 엽서, 노트 등 문화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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