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직원, '미수거래'로 개인 주식투자..회삿돈 1980억도 주식 '올인'

유경선 기자 2022. 1. 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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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회삿돈 19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회삿돈 19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씨(45)가 회사 자금에 손을 대기 전에도 주식 투자로 거액의 손해를 입었던 정황이 경찰의 자금 추적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개인적으로 본 손실액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이 손실이 횡령의 동기가 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이씨의 자금 흐름 내역을 살핀 결과 그가 개인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본 정황을 파악했다.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미수’ 방식으로도 거래를 했으며, 주식 거래에 수억원을 투입했다가 상당 부분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은 전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이씨를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경찰은 이씨의 진술과 자금 흐름 내역 등을 토대로 그가 개인적으로 주식 투자를 통해 입은 손실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예정이다. 또 이씨가 회삿돈으로 벌인 주식투자 손실액도 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3월부터 회삿돈을 빼돌린 이씨는 50억원씩 자신의 계좌로 송금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450억원을 빼냈다. 지난해 10월에는 1430억원을 한 번에 횡령했다. 주식 거래의 대부분은 키움증권 계좌 한 곳을 통해 이뤄졌다. 이씨는 이렇게 횡령한 회삿돈을 모두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씨가 회삿돈으로 투자한 주식거래 손실액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1일 1430억원어치의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를 주당 3만6492원에 매수했다. 이후 11월 18·19일, 12월 13·16·17·20일 등에 걸쳐 주식 336만주를 처분했다. 주식 처분가는 주당 3만1000~3만4000원대였고, 총 1112억원가량에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된다. 나머지 주식 약 55만주도 이미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매도가에 따라 횡령금으로 투자한 주식의 손실액 규모가 정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총 횡령 혐의액 1980억원 중 이씨가 다시 채워넣었다는 100억원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알려진 오스템임플란트의 총 손실액은 1880억원이다. 이씨는 1㎏짜리 금괴 851개를 사들였는데, 경찰은 지난 5일 이씨를 체포할 때 그의 은신처에서 497개의 금괴와 현금 4억여원을 찾아냈다. 키움증권 계좌에 있던 250억원은 동결 조치함으로써 총 600억원가량의 피해금액을 회수했다. 대포폰도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부인 박모씨(45)와 처제의 명의 등으로 75억원가량의 부동산과 고급 리조트 회원권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나머지 금괴 350여개를 포함해 아직 찾지 못한 횡령액의 행방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공범의 존재여부나 ‘윗선’의 지시 또는 공모 여부도 경찰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지점이다. 다만 이씨가 과거 개인 자금으로도 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봤던 점, 윗선 개입 주장에 상응하는 구체적 증거를 아직까지 제시하지 못하는 점 등으로 미루어 경찰은 개인적 목적으로 이뤄진 범행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 변호인측도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며 윗선의 지시로 회삿돈에 손댔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 “이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빼돌린 금괴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수사에 혼선을 초래할 목적의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회삿돈을 빼돌리면서 위조된 ‘잔액 증명서’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경찰은 지난 7일 이씨가 팀장으로 있던 당시 재무팀에서 근무한 직원 2명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이씨가 증명서 위조를 지시해 이를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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