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두고온 현대차·車 가져온 삼성·소니..CES서 확인한 산업재편
"산업을 재편시키고 전세계를 압박하는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공할 기술 혁신이 현실로 다가왔다. CES는 우리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제품을 통해 인간 상호작용의 즐거움, 오감의 혁신 경험으로 떠들썩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샤피로 CEO(최고경영자)의 올해 CES에 대한 평가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 대유행을 뚫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7일 치러진 올해 CES에는 미국을 비롯해 120여개국으로부터 2300개 기업이 참여하고 4만 명이 넘는 관람객과 1800개 미디어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CES를 꿰뚫는 핵심 주제로 한 기업을 한가지 업종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시대가 더 빨리 도래했다는 점을 꼽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IT업체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글로벌 테크공룡' 외에 가전과 자동차, 선박, 우주항공, 헬스케어, 식품업종에서도 디지털 연결성을 논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자율주행 선박을 들고나온 현대중공업이나 우주선을 전시한 미국업체 시에라, 헬스케어 업종에서는 CES 역사상 첫 기조연설에 나선 로버트 포드 애보트 회장이 이런 변화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도약한 현대차와 전자업계의 전통 강호 소니도 달라진 산업판도를 여실히 보여줬다. 현대차는 올 CES에서 자동차를 지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미디어와 경쟁사 앞에 직접 나서 자동차 대신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메타모빌리티' 비전을 선보이며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소니는 CES 개막 전날 '소니 모빌리티를 세우고 전기차 산업에 뛰어든다'는 빅뉴스를 발표했다. 소니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발을 가장 많이 붙잡은 것도 전기차 컨셉트카 '비전-S 시리즈'였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기술을 활용한 드론과 우주 위성까지 들고 나와 20~30여년 전 워크맨과 TV로 대표됐던 전자왕국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냈다.
경계를 넘나드는 이종업종의 융합은 5G(5세대 이동통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성 덕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CES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글로벌 ICT 업계의 CEO들의 고민을 보면 디지털이 완벽히 진행되는 융합적인 세상이 10년 안에 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3년 전부터 화두였던 자율주행, 로봇, 가상현실이 구상 단계를 넘어 현실에 한층 더 깊숙하게 들어온 징후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특히 자율주행차라는 말 자체가 '옛말'이 됐다. 현대중공업이 홀로 대양을 건너는 선박을 내놓겠다고 선언하고 세계 1위 농기계업체 존 디어는 자율주행 농기계를 조만간 출시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자율주행 트럭업체인 투심플은 스카니아·나비스타 트럭을 활용해 배송업체 UPS, DHL 등과 손잡고 실제로 화물을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엔지니어드 아츠'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내장된 차세대 AI(인공지능)와 머신러닝 기술로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사람 같은 표정을 지어 전시기간 내내 관람객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비욘드 이미지네이션'도 '범니'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로봇은 비욘드 이미지내이션이 미국의 우주여행 기업 제로지와 손잡고 인간이 활동하기 어려운 우주 공간 등에서 실험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삼성전자 역시 독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아바타'와 '삼성 봇'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디지털과 현실세계가 경계 없이 연결되는 '사용자 맞춤형 미래 홈'을 제안했다. LG전자는 LG 클로이 가이드봇, LG 클로이 서브봇, 실내외 통합배송로봇 등 5G와 인공지능을 접목한 로봇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을 제안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사과 따는 로봇과 드럼 연주하는 로봇을, 현대로보틱스는 F&B 로봇과 방역 로봇 등 서비스 로봇을 선보였다.
가상현실 기술은 메타버스와 맞물려 한층 진화했다. 중국기업 TCL은 AR(증강현실) 안경으로 안경을 통해 보는 정보를 활용해 메시지 확인과 전송, 일정 체크, 비디오 재생, 집 안의 가전제품 컨트롤 등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CES에서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내세운 데도 주목했다. SK그룹은 모든 부스를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춰 꾸몄다. 탄소감축을 위해 '여정'과 '동행'을 주제로 마련한 전시관, 일명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을 LVCC 센트럴홀 한가운데 차리고 NCM9 배터리, AI반도체 사피온, CCUS(이산화탄소 저장포집활용) 기술 등 기후문제 해결에 일조할 기술을 대거 소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위기는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의 가치를 일깨웠다"며 "전자업계와 고객사, 소비자 모두가 작은 변화를 만드는 데 동참한다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친환경 솔라셀 리모컨 등 친환경 기술을 선보이고 누구나 활용하도록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파나소닉이 북미 배터리 소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스와 협업해 재활용 기술을 활용한 동박을 올 연말 생산에 활용한다 밝혔고 독일 전장업체 보쉬는 나무에 걸어두면 산불 조기 발견을 돕는 '드리아드' 센서 기술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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