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벤처투자 날개' CVC 달았다..LG·효성도 잰걸음

김상윤 2022. 1. 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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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벤처스 법인 설립..대표에 허준녕 부사장
벤처 투자하고, 신성장 동력 찾아 '협업' 기대
LG·효성 등 CVC설립 잇따라 이어질 전망
해외투자 쿼터 등 여러 통제장치는 '부담'
경쟁당국 "일단 시행한 후..제도 개선 검토"

[이데일리 김상윤 경계영 기자] 지주회사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1호의 주인공은 GS그룹이었다. 벤처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겠다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LG·효성 등 다른 지주회사도 CVC 설립 준비를 하고 있어 올해 벤처투자 날개가 활짝 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업계에선 국내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케일업(규모확대)’에 나설 수 있고 대기업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주회사 CVC 1호 대표를 맡을 허준녕 GS 부사장
◇GS 계열사 자금 끌어 500억원 펀드 결정

GS는 지난 7일 CVC 전문회사 ‘GS벤처스’ 법인 등록을 마치고 허준녕 부사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9일 밝혔다. GS벤처스는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가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설립됐다.

CVC는 펀드를 결성해 벤처투자에 나서는데, 이 과정에서 GS는 최대한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벤처투자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법취지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다. 첫 펀드 규모는 500억원 정도로 전해진다. GS는 조만간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등록을 마치고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허 대표는 GS가 지난해 야심차게 영입한 인수합병(M&A)·투자 전문가다. 미래에셋와 UBS에서 투자와 M&A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 토종 ‘유니콘’ 하이퍼커넥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1조9000억원의 가치로 매각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즉, 전통 제조·유통업으로 분류되는 GS를 새로운 테크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임무를 맡게 된 셈이다.

GS가 이제서야 CVC를 만들게 된 배경은 개정 공정거래법에 있다.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지주사가 벤처캐피털을 설립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주회사 밖에 CVC를 만든 후 해외투자에 나서긴 했지만,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끌어오기가 어려운 등 여러 제약요건이 많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공고했던 금산분리의 벽이 일부 허물어졌고, GS는 법 시행 일주일 만에 설립에 나섰다. 그만큼 벤처투자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간절함이 컸던 탓이다.

GS가 첫발을 뗀 터라 다른 지주사도 CVC 설립에 잇따라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한 후보군은 LG와 효성이 꼽힌다. LG그룹은 홍범식 경영전략팀장을 중심으로 CVC설립 관련 막바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VC와 물밑접촉을 하면서 VC운영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인재 영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도 지주사 산하에 CVC를 설립하기 위해 내부 인력 충원 및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 관계자는 “CVC 설립 관련 내부 준비가 상당수 진행됐고, 조만간 법인 설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 관계자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CVC설립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지주회사의 CVC설립으로 인해 벤처투자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지주회사인 대기업이 보유한 CVC가 지난해 투자한 집행액만 해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일단 첫발 뗐지만…통제장치는 부담

물론 CVC에 여러 통제장치가 달려 있는 것은 부담이다. 일반지주회사는 100% 완전 자회사 형태로만 CVC를 소유할 수 있고 차입 규모도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된다. 같은 VC인 창업투자회사(2000%)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90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투자 외에 융자 등 다른 금융 업무를 할 수 없으며 외부자금 출자도 펀드 전체 조성액의 최대 40%로 제한된다. 해외 벤처 투자도 총자산(투자조합의 출자금액 포함)의 20%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국내 벤처 쪽에 대기업 자금이 흘러가도록 만든 장치이긴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투자를 막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성장동력이 있는 기업 인수에 나서야 하는데, 현재 제약조건으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당분간 국내 CVC, 해외 CVC를 별도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지나친 문어발 확장,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등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금산분리를 풀어서 CVC를 허용했다”면서 “일단 제도를 시행해보고 시장 움직임을 보면서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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