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공생의 법칙', 생명경시보다 더 큰 문제는 '안전 불감증' [스경연예연구소]
[스포츠경향]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만 있다면 출연자와 제작진을 사지로 몰아넣는 끔찍한 제작방식은 어디까지 납득받을 수 있는 것일까. 많은 시청자들은 최근 그 인내심의 한계점을 체험했다. 지난 6일 SBS에서 새해를 맞아 특집으로 선보인 ‘공생의 법칙’에서였다.
과거 ‘정글의 법칙’ 제작진 출신의 책임PD(CP)와 PD가 참여한 ‘공생의 법칙’의 취지는 다분히 공익적이었다. 최근 외래종의 유입에 의해 피해를 받는 토종생태계의 실태를 알아보고, 필요한 경우 외래종의 퇴치방법을 모색해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 등장한 등검은말벌이나 베스의 경우는 토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했다.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대응이 공인된 기관에 의한 정책적인 부분이냐 비전문가인 연예인들의 참여에 의한 것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미 프로그램은 방송 전부터 환경단체에 의해 ‘외래종 퇴치를 명분으로 한 무분별한 살생이 과연 온당한가’라는 이의를 받았다. 이러한 철학적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시청자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정글의 법칙’을 통해 야생에서의 행동이 체화된 개그맨 김병만과 그를 따르는 방송인 배정남, 가수 박군은 총 세 군데의 벌집 제거과정에 투입됐다. 이 장소들은 나무, 아파트 등 장소는 달랐지만 하나 같이 지상 15m가 넘는 아찔한 높이였다. 이러한 높이를 단순한 사다리차에 의지해 비전문가들이 투입됐다. 높이도 높았으며, 출연자와 제작진의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들은 보기에도 허술했다. 아파트 촬영에서는 사다리 끝의 안전대가 기우는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문제는 벌집에 접근한 후 더욱 커졌다. 벌집을 건드리자 맹독성을 가진 등검은말벌떼 수천마리가 그들을 뒤덮었다. 벌들의 기세는 근접 항공촬영에 나선 드론의 비행도 방해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비전문가 셋은 이 아비규환에 내던져졌다. 사전 훈련을 받고 방호복을 입었다고 하지만 단 한 마리라도 이들의 몸속에 들어가는 일이 있었다면 이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었다.
심지어 김병만은 과거 ‘정글의 법칙’ 촬영 중 벌에 쏘여 급성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오직 그는 방송을 위한 사명감만을 보호장치로 한 채 수천마리의 벌들과 상대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상황을 받아들이는 제작진의 방식이다. 제작진은 고함을 치며 정신을 차리려는 세 명의 상황을 계속 희화화하고 벌집을 드는 위험한 상황에 ‘플라이 투 더 문’ 등의 노래를 깔며 이를 예능적으로 희석하려 애썼다. 비록 세 출연자가 별다른 사고 없이 벌집제거를 마쳤지만 과연 이렇게 아슬아슬한 상황을 시청자들에게 공익을 이유로 보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나타났다. 이미 프로그램 홈페이지나 각종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질타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SBS는 이튿날 “프로그램의 순간 시청률이 9%를 넘어섰다”며 자화자찬에 나섰다. 과거 수많은 야외 촬영 프로그램이 인명사고를 유발했고 실제 촬영 중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제작진은 진정 학습효과가 없었던 것일까. 2022년 정초부터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전파를 탔다.
제작진은 차후 베스 등 교란종의 퇴치를 2회에 걸쳐 더 방송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진정한 위험성은 살생을 경시화하는 시선이 아니라 촬영현장에서의 안전 불감증이었다. 반드시 사고가 나야 이러한 관행은 사라지는 것인가.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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