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본부 통합·식품 강화" 정준호 롯데百 대표, 조직개편 칼 꺼냈다
차·부장 부문장 발탁..전문성 강화 속도
10여명 임원 외부 전문가로 영입 예고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지역 관리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고 식품부문을 대표 직속으로 개편하는 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조직별 전문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 영입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말 롯데백화점 대표로 취임해 “과거의 영광과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던 ‘신세계맨’ 정 대표가 본격적인 변화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는 평가다.
9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7일 저녁 조직 개편 내용을 알리는 약 10분짜리 ‘2022년 조직개편’ 동영상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그가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자신의 이름을 딴 ‘두유 노 주노(Do you know JUNO)’라는 제목의 9분짜리 영상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지 약 3주 만이다. 당시 그는 “다양한 영역에서 전략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정 대표는 3개(수도권 1,2 본부와 영호남본부)로 나뉘어 있던 지역별 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조직 개편의 핵심에 올렸다. 정 대표는 “지난 3년 간 롯데백화점은 3곳의 지역부문이 각자 독립된 형태로 운영됐다”며 “하나로 뭉쳐진 힘이 아니라 3개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브랜드와의 협상력이 약해졌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속도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백화점은 하나로 통합하되, 아웃렛·프리미엄 아웃렛 등은 별도로 떼어낸다는 계획이다. 신상품 등을 주로 개발해 판매하는 백화점과 할인을 더하는 아웃렛 간 성격이 다른 점을 반영했다. 본부를 지역이 아닌 채널로 구성해 전략 수립, 브랜드 유치, 마케팅, 디자인 등에서 각 채널별 특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아웃렛 본부 간 연결은 기획관리본부가 맡는다.
지역 본부를 통합하는 대신 상품본부는 더 잘게 쪼개 전문성을 강화,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백화점과 아웃렛 등 채널에 맞춘 상품 구성을 위한 상품본부 개편도 진행한다. 특히 식품부문(신선식품, F&B 등)을 상품본부에서 분리해 대표 직속으로 두기로 했다. ‘신선식품 경쟁력이 곧 백화점 경쟁력’이라는 정 대표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신세계맨’인 정 대표는 식품 강화를 통한 신세계 강남점의 성공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면서 “정 대표는 입맛을 사로잡는 게 백화점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자주 말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 신세계(004170) 강남점은 ‘강남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모객 효과를 극대화, 국내 1등 점포가 됐다.
패션부문도 세분화한다. 기존 1개 부문이었던 해외명품을 3개 부문으로 쪼갠다. 남성스포츠도 남성패션·스포츠·아동 3개 부문으로 나누기로 했다. 또 각 부문장에 차·부장급을 승진 발탁한다. 정 대표는 “2~3년씩 부서를 순환 근무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면서 “앞으로는 늘어난 부문장 자리에 S급 인재를 발탁함으로써 전문가(specialist)를 적극 양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별 전문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 영입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 기준 롯데백화점 임원 42명 중 상당수를 외부 전문가로 채우기로 했다. 현재 비용 절감을 위해 32명의 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10명을 외부에서 충원함으로써 전문가를 대거 영입할 수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전략이다. 여성 임원도 기존의 두 배인 16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한 내부 평가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을 통해 정 대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번 결정이 내려졌으며, 왜 조직 개편을 하는 것인 지에 관한 설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게시글에 달린 “직접 설명해 주신 것만으로 큰 의미”라는 댓글에 직접 “앞으로 어떤 결정이든 혼자 독단적으로 하는 일을 없을 거다”라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정 대표는 신세계그룹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신세계맨’으로, 2019년 롯데지에프알의 수장으로 영입된 후 지난 11월 말 롯데백화점 대표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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