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무한 변주'..한류 '무한 궤도'

박준호 기자 2022. 1. 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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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판 커지는 '미디어 믹스' 시대]
내과 박원장·연애의 발견 등
'웹툰·웹소설↔드라마·영화'로
원소스멀티유즈 작품들 쏟아져
감독은 스크린 넘어 OTT 메가폰
넥슨 등 게임사는 영화제작 러시
메타버스 활용한 신개념 K팝도
티빙의 웹툰 원작 '내과 박원장(가운데)' 부터 웹툰으로 제작되는 종영 드라마 '연애의발견'까지 한국 콘텐츠들이 IP밸류체인을 타고 무한 확장하고 있다.
[서울경제]

2021년이 ‘K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각인한 해였다면 2022년은 전 세계를 파고들기 위한 K콘텐츠의 무한 변주가 가속화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대중문화 콘텐츠 소비자들의 시선이 영화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옮겨간 가운데 OTT와 방송 라인업을 채우기 위해 웹툰·웹소설 등 IP 기반의 영상화 작업은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또 영화감독들이 대거 드라마 연출로 넘어오면서 영화와 드라마 간 경계가 모호한 콘텐츠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I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아케인’.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원소스 멀티유즈 시대···IP 밸류체인 타고 콘텐츠 무한 확장=지난해 11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한 편이 글로벌 인기순위 1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아케인’(ARCANE)이다. 콘텐츠의 벽을 넘나드는 대형 지식재산(IP)의 위력을 보여준 ‘아케인’ 같은 사례가 올해 K콘텐츠에서 봇물처럼 쏟아질 전망이다. 웹툰·웹소설 등과 드라마·영화, 더 나아가 게임까지 IP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믹스’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어 이른바 ‘IP 비즈니스’가 무한대로 뻗어갈 태세다. 실제 제작 중인 영화·드라마 중에는 원작 IP 기반인 작품이 무수히 많다. 올 상반기 공개를 앞둔 SBS ‘사내 맞선’, MBC ‘내일’와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과 ’안나라수나마라’, 디즈니+의 ‘무빙’ ’키스 식스 센스’, 티빙의 ‘내과 박원장’ 등은 모두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반대로 현재 방영 중인 SBS ‘그 해 우리는’이나 종영 드라마 ‘연애의 발견’, ‘멜로가 체질’ 등은 웹툰으로 만들어진다. 드라마와 동시에 웹툰을 연재하면서 스토리에 변형을 준 tvN ‘해피니스’처럼 같은 IP의 뿌리 아래 다양한 가지를 뻗쳐 나가는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국내 게임사들의 행보다. 넥슨은 ‘어벤져스’ 시리즈를 감독한 루소 형제의 제작사 AGBO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 게임 IP를 영화·TV 등과 융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스마일게이트는 히트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IP를 기반으로 2020년 중국에서 드라마 ‘천월화선’을 제작한 데 이어 할리우드에서 실사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OTT란 플랫폼 안에 영화와 드라마의 특징을 동시에 녹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영화야, 드라마야?" 장르 경계 넘나드는 혼종 콘텐츠 각광=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영화와 드라마 어느 한 쪽으로 특징지을 수 없는 새로운 콘텐츠의 특징을 보여줬다. 포맷은 8부작 시리즈물이지만 연출을 황동혁 영화감독이 맡았고, 무엇보다 영화를 보는 듯한 표현 수위와 연출이 눈에 띄었다. 영화와 드라마 팬들에게 모두 어필한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이 같은 콘텐츠의 적응과 변신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무관하지 않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이른바 OTT에 최적화된 드라마 포맷으로서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혼종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만들던 제작 인력과 시스템이 영화계 불황 속에 OTT 시리즈물의 제작을 맡고, 기존 방송 편성의 관행에서 자유로운 OTT의 특성이 결합돼 생겨난 현상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티빙 등 국내외 OTT에서 제작 중인 시리즈물 중 상당수는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은 드라마 ‘수리남’을,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은 ‘사냥개들’을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며, 노덕 감독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글리치’를 제작한다. 티빙에서도 이준익 감독이 SF드라마 ‘욘더’를 올해 공개하며,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쓴 ‘괴이’는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연출했던 장건재 감독의 연출로 작업 중이다. 디즈니+의 ‘무빙’은 ‘특별시민’의 박인제 감독이 연출한다. 이준익 감독은 티빙 1주년 간담회에서 “이젠 극장과 OTT 간 간격이 없어져 가는 게 아닌가”라며 “영화 같은 OTT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메타버스 기반으로 선보이는 SM컬처유니버스(SMCU)의 모습.

◇K팝 공연 콘텐츠도 다양하게 활용···부가가치 커진다=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움직임은 K팝 등 대중음악 장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공연 등 하나의 콘텐츠로 팬들이 여러 가지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비즈니스모델을 확대하려는 시도다. 팬데믹 상황에 따라 현장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축으로 극장 등 또 다른 오프라인 공간에서 실황 중계를 즐기거나 OTT 등을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확장하는 등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달 미국 공연 당시 현장 공연은 물론 온라인 스트리밍 상품 판매, 팬들이 함께 모여서 공연 실황을 볼 수 있도록 한 극장 상영 티켓을 판매한 것이 좋은 사례다.

가상세계(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합동 공연을 통해 메타버스 기반의 세계관 ‘SM컬처유니버스’(SMCU)를 전면에 내세운 SM엔터테인먼트는 팬들을 대상으로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는 멤버십 ‘디지털 여권’을 출시하기도 했다. 팬들은 디지털 멤버십을 통해 팬 활동을 저장하거나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장은 “글로벌 팬덤이 활동하는 플랫폼을 매개로 공연 콘텐츠가 부가 서비스로 연계되면서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2년 만에 개최된 방탄소년단(BTS)의 첫 대면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가 팬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열리고 있다. /LA=연합뉴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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