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하방위험 확대'.."수출·내수 등 하방압력 커질 우려"

[경향신문]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출과 내수 등 경기 전반의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의 소비와 수출 지표가 모두 악화된 것으로 확인된다. 전 세계 공급망 교란,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하방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DI는 9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최근 방역 조치가 다시 강화되고 대외 수요의 개선세가 약화하면서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경기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내수에 대한 평가다. KDI는 한 달 전 ‘경기 하방위험 확대’라고 진단하면서도 “서비스업은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부진에서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되고 인적 이동이 확대되면서 신용카드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내수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에서는 “지난해 12월 들어 방역 조치가 재차 강화되면서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여건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소비자심리지수와 비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18일부터 ‘전국 사적모임 최대 4명, 식당·카페 오후 9시까지 영업’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11월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는 한달만에 위축된 모습이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107.6)보다 3.7포인트 하락한 103.9를 기록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도 119.1(2015년=100)로 전월보다 1.9% 감소했다. KDI는 신용카드 매출액(신한카드, 추정)의 경우 2020년 하반기의 소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2019년 동월과 비교했는데, 지난해 10월엔 2019년 동월 대비 2.7%, 11월 5.4%로 증가했으나 12월에는 감소(-0.5%)로 전환했다. 비제조업 업황BSI 전망지수가 지난해 11월 84, 12월 82, 올해 1월 80으로 하락하는 등 소비 관련 심리지표가 전반적으로 쪼그라들었다.

경기 회복세를 떠받치던 수출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수출증가율이 둔화하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무역수지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율은 전월(32.0%)보다 낮은 18.3%을 기록했다. KDI는 “수출금액의 호조세는 주로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물량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또 수입가격이 급등하면서 12월 무역수지는 20개월 만에 적자(5억9000만달러)로 돌아섰다.

전세계 공급 차질이 지속되고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에서 강화된 거리두기가 계속 이어지면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등에서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던 수출과 회복세로 돌아선 내수가 12월 들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며 “다수 위험요인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수출과 내수에서 하방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